======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 평점 | ★★★☆ | | 한줄평 | 철학책 같지 않은 철학책 | {{:book:506.jpg?nolink |}}[[503|행복의 지도]]로 알려진 저자의 두번째 책. 읽기 전까지 이 책이 '철학'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는지 몰랐다. 물론 제목에 '소크라테스' 가 붙어있긴 했지만, 행복한 나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가로서의 기록을 담은 [[503|행복의 지도]]의 영향이 때문일 것이다. 표지에 그려진 기차와 '익스프레스' 라는 단어로 이번에도 여행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기대는 100% 틀리지는 않았다(그렇다고 충족된 건 아니다). 저자는 14명의 철학자들과 관련있는 장소들을 기차를 타고 방문한다. 여행기보다는 해당 철학자들의 소개, 이론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이 주로 서술되어 있다. 그들이 살았거나 이용했던 장소에서 느낀 감정 그리고 가는 도중에 에피소드들이 짤막하게 덧붙여져 있다. 이과출신인데다가, 철학에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14명 중,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이었다. 스토아철학의 대표적인 이론들을 설명하는데, 하나하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에 공부해보지도 않았고,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수 천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들의 말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걸 보면, 세월이 지나도 관통하는 진리는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스토아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철학은 단순히 모호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주는 이런 책이 많았으면 한다. ===== 기억에 남는 구절 ===== ====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렸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다' 우리는 모든 것이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이 더 똑똑하거나 더 부유하거나 더 날씬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것은 본인이 먹거나 먹지 않은 것 때문이거나 받지 않았거나 받았던 건강 검진 때문이거나 하지 않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한 운동 때문이거나 먹거나 먹지 않은 비타민 때문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자기 운명의 통제권을 갖는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스토아학파는 답한다. 대부분이 자기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부도 명성도 건강도 통제할 수 없다. 본인의 성공과 자식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뭐,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야 있겠지만. 헬스장에 가는 길에 버스에 치일 수도 있다. 몸에 좋은 음식만 먹을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사무실에서 하루 열네 시간씩 일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상사가 당신을 싫어해서 당신의 커리어를 방해할 수도 있다. 스토아철학은 이처럼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과 성과를 "무관한 것"이라 칭한다. 이런 무관한 것들은 우리의 인성이나 행복에 티끌만큼도 보템이 되지 않는다. 무관한 것들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러므로 스토아철학은 무관한 것들에 '무관심'하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몸이 아픈테도 행복하고, 위험에 처했는데도 행복하고, 죽어가고 있는테도 행복하고, 나쁜 평판을 듣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내게 보여라. 그런사람이 있다면 내게 데려오라! 신들의 이름으로, 그렇다면 나는 스토아철학자를 보게될 것이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이런 스토아적 태도가 결과를 바꾸진 않았음을 롭도 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롭이 고통을 견디는 방식을 바꿔주었다. 롭은 고통스러웠지만 삶이 다르게 흘러가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더하진 않았다. 삶이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 감정적 삶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헤라클레스의 기운과 슈퍼히어로의 파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제어할 수 있다.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그러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스토아철학은 말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 고압적인 상사나 변덕스러운 친구, 인스타그램 팔로어 같은 타인의 손에. 노예였던 에픽테토스는 이런 고난을 스스로 부여한 속박에 빗댄다.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타인에게 이양해 그들이 우리 마음을 지배하게 만든다.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지금당장.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칠 것. 자기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대신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진실한 소설을 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말 것. 스토아철학은 상황이 언제나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즉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유배, 고문, 전쟁, 난파 사고를 머릿 속에서 반복재생" 하라는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미래의 고난을 상상하는 것은 미래의 고난에 대해 걱정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걱정은 모호하고 애매한 것이다. 하지만 고난을 예상하는 것은 구체적인 행위이며, 더 구체적일수록 좋다. '나는 재정난을 겪는 모습을 상상한다' 보다, '집과 차, 그동안 모은 가방 전부를 잃고 다시 어머니 집에서 살게 되는 모습을 상상한다' 가 더 좋다. 네가 말하고, 듣고, 걷고, 숨쉬고, 삼키는 능력을 잃었다고 상상해보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고난이 가진 영향력을 빼앗고 지금 가진 것에 더욱 감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표현된 두려움은 그 크기가 줄어든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혼동한다. 스토아철학은 헷갈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간단하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몸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빌릴 뿐, 절대로 소유하지 않는다. 해방감이 느껴진다. 잃어버릴 것이 없다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할 것도 없다. ====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우리는 여관에 머무는 여행자와 마찬가지다. 그저 잠시 머물다 '담배 피우지 마시오' 규칙을 준수하고,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상태로 방을 비우고, 어쩌면 고객의 의견함에 쪽지 한두 개를 넣어놓고 갈 수도 있는 그런 여행자. ==== 몽테뉴처럼 죽는 법 ==== 죽음은 하나의 지향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몽테뉴는 "자연에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쓸모없음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다"라고 말한다. 죽음은 삶의 실패가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모른다 해도 걱정하지 마라. 때가 되면 자연이 전부 다 제대로 알려줄 것이다. 자연이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놓을 것이다. 괜히 걱정하지마라." 죽음의 존재를 인식하면 삶을 더 풍성하게 살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은 이 사실을 알았다. 이들은 축제가 한창일 때 해골을 날라와서 손님들에게 자기 운명을 상기시켰다. "새로 시작되는 매일매일이 너의 마지막 날이라고 확신하라. 그 뜻밖의 시간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니."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 스스로를 간질일 것. 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