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봤던 것 중에 이니셜 D 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자동차 경주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주인공이 구식 자동차를 가지고 경쟁자들의 최신 자동차를 제치고 이길 때마다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주인공은 그랬던 것 같다.
'진짜 실력은 좋은 자동차가 아니고 가지고 있는 자동차의 기능을 100% 끌어내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마치 이니셜 D 의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얘기한다.
'고가의 DSLR 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똑딱이로도)'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저자가 똑딱이라 불리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들이다.
'과연 똑딱이로 찍은 것들이 맞는가?' 할 정도로 멋진 사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진집은 거의 안 팔리는데, 사진기는 잘 팔린다' 는 말을 생각해보면 대체로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기를 구입하기 보다는 사진기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구입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부터도 그런 생각을 하니. 책을 보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
오히려 지금 가지고 있는 DSLR 을 팔고, 똑딱이 카메라를 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많이 보고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같은 장소, 같은 사물을 찍더라도 각기 다른 느낌의 사진이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많은 시행착오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하는 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경우, 읽었다고 하기보다는 봤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런 책(사진집)은 처음 이었다.
글이든, 사진이든 독자에게 뭔가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