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라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이말을 조금 폭넓게 생각해보면,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한다는 뜻도 된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왔다. 하다못해 당장 오늘 먹을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옷이나 집을 만들어야 했다.
세상이 발전하여 개인이 필요한 것을 굳이 손수 만들지 않더라도 돈 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내가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에 과학상자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1호부터 5호까지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비싸고 만들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2호 였는데, 건전지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던 3호를 사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설명서에 나왔던 예제를 따라 만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가 머릿 속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뭔가를 만들도록 Programming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에 DIY 가 유행이 된 적이 있다. 보통 DIY 는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요즘은 그때보다는 DIY 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 아마 비용적인 측면보다도 이에 수반되는 리스크(시간, 돈, 실패)가 더 크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실수나 실패를 허용하고 인정하기보다는 성공이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의식이 만연하다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하겠다.
유행은 돌고돈다고 했던가? 최근들어 DIY 에 대한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책의 저자가 만든 메이크(MAKE)라는 잡지다. 최근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DIY 는 기존의 DIY 와는 조금 다르다.

오픈 소프트웨어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안의 코드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에 맞게 수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면서 오픈 하드웨어 등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초기 전자제품 및 기계들은 판매시, 소비자에게 상세한 메뉴얼(데이터시트)과 함께 회로도까지 첨부해서 제공했다고 한다. 또한 분해가 쉽고 공백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근래에 들어오면서, 제품은 더욱 복잡해졌지만, 메뉴얼은 더욱 얇아지고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몇 가지 기능에 한정되어 졌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DIY 의 영역을 넓혀 여러가지 분야를 시도했던 과정을 책에서 기술하고 있다.

'텃밭 가꾸기, 차 만들기, 닭 기르기, 우쿨렐레 만들기, 양봉하기, 자녀에게 수학 가르치기(가장 흥미로웠다)'

단순히 비용을 아끼고자 하는 DIY 가 아니고, 결과보다도 과정에서 자신에 보람과 새롭게 알아간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DIY!
크게 봐서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는 DIY!

책을 읽고나서 어릴때 가졌던 호기심이 동 하는 걸 느꼈다. 결국 아두이노 보드를 주문하는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