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라고 하면, 나와는 무관한 아프리카, 중동의 천막촌에 사는 먹을 것에 굶주린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다른 별의 얘기처럼 들린다.
난민의 뜻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부르는지, 또는 난민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욤비씨는 2000년 초에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 중 하나다.

콩고에서 태어나 나름 부족의 족장의 자손으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국가 정보원으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고,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먹고살 걱정없는 미래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이 물러나고 콩고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독재가 계속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욤비가 몸 담았던 국가 정보원은 사람들을 몰래 감시하고, 붙잡아다가 감금하고 고문을 가하는 일을 했다. 시간이 가면서 그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비밀문서를 정부의 반대편에 서있는 야당에 빼돌린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을 떠나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오게 된다.

그에게는 아내와 자녀들이 있었지만, 홀로 떠나온 것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외국생활, 게다가 사람들의 차별과 선입견 때문에 그는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사람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는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게 된다. 주변 여러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난민의 지위를 얻기위해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항소 끝에 결국 승소하여 난민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곧바로 행복의 문은 그에게 열리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왔지만, 그의 아내가 짊어져야할, 또 그의 자녀들이 넘어서야할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끝부분에는 가장 최근의 욤비씨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삶의 터전을 잡은 것 같아 보였다.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라면, 난민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돌이켜보면, 6.25 전쟁을 통해 수 많은 국민들이 난민이 된 기억이 있다.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들에 난민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보다도, 대만이나 태국이 더 많은 난민들의 지위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욤비씨는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다. 그를 제외한 많은 외국인들이 난민의 지위를 얻기위해, 아니면 우리 땅에서 살아남기위해 말도안되는 대우를 받으며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기 전에 한번만 생각해보자. 만일 내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나를 대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