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콜센터에 일한 저자가 쓴 글 답게 마치 내가 콜센터 상담원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저자의 약력을 모른 채, 책을 읽었더라도 3D 업종의 비정규직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상담원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닌 것이다. 항상 전화를 거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입장이 되어보지는 못했다. 자연스럽게 상담원과 통화했던 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한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항공 티켓 환불 건. 정신적으로 너무나 괴로웠다. 기억해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진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1년이 되어서야 겨우 돌려받을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상담원의 모든 통화는 기록되며 윗선에서 다시 청취하여 제대로 응대가 되었는지 평가한다고 한다. 내가 했던 통화는 어땠을까?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욕받이무녀'가 되는 상담원들의 처지도 이해가 되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소비자들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 티켓 환불 건 이후로, 새로 들인 습관이 생겼다.

  1.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구입할 것
  2. 모든 유의사항들을 꼼꼼히 살펴볼 것
  3. 화면을 캡처하고 상담원과의 대화를 녹음할 것

시골에 내려오면서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전화통화를 많이 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 만큼은 아니지만. 전화하는 방법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만 누를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휴대폰이 울리고 받기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이후부터가 중요하다. 전화 상의 말하기와 평소의 말하기가 서로 다를까? 그렇지 않다. 나는 느끼지 못하는 상대방의 통화 만족도는 어느정도일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콜센터를 이용할 때마다 한번쯤 이 느낌을 떠올리고 상담원과 통화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