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렸던 적이 있었다.
여러권으로 쓰여진 대작들이 그렇듯 1권 부터 15권 중에 1권이 가장 낡고 너덜너덜하다.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1권 조차 완독하지 못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그러다가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유고시집을 소개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시집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후로 한번도 읽지 않았는데, 박경리, 유고시집이라는 점이 책을 손에 들게 했다.
참고로 이책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구입했다. 겉보기에도 새책처럼 보이는 헌책이었는데, 가격은 새책보다 조금 비싸게 주고 샀다.
여행 중간 중간에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히 읽어왔다.
유고시집 답게 저자의 살아왔던 얘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소주제인 옛날의 그집, 어머니, 가을, 까치설 모두 저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저자가 생각해오던 바를 시로 표현하고 있다.
시라는 것이 어떤 정형화된 틀에 맞춰져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구나 라고 깨달았다.
처음에는 시보다는 독백이나 잠언 처럼 느껴졌다.
끝 부분에 있는 저자의 약력을 보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굴곡의 인생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구나 인정하는 작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실패했던 토지에 재도전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