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쉽다. 누구나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진기를 손에 들고 다닌다. 동네 사진관이 자취를 감추고, 사진가 또는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이 더이상 프로페셔널 하지 않게 들린다.

사진 찍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몇 달전 거금을 들여 사진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나 같은 초보자들이라면, 응당 사진 찍는 테크닉을 배우기를 기대했지만, 약 3 개월간 진행된 강의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간 적은 한번도 없다.

현직 사진작가였던 강사는 매 시간마다 사진은 찍는 것보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대상에 충분히 다가가야 한다 를 강조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진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서 '뭐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내가 찍은 사진들과는 뭔가 다르다' 는 걸 깨달았다. 강사의 작품 설명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냥 사진으로 치부해버렸을 것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 순간을 담는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을 주제로 한다고 하자.

글이나 그림이라면, 굳이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정보를 조합하여 글을 쓰거나,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은 직접 가보지 않은 이상 찍을 수가 없다.

그림과 달리 사진은 찍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얘기고, 물론 유명한 작가의 사진의 경우에는 예외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저자가 2008년 부터 2013년 까지 한 잡지에 기고 했던 것들이다. 그 기간은 오롯이 MB 정부 하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를 주제로한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면서, 그 때 당시 '어서 빨리 MB 정권의 치하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던 (나를 포함한)사람들이 떠올랐다. 앞으로의 5년이 남았다.

5년 후의 저자가 후속편을 낸다면, 그 책에는 또 어떤 사진들이 담겨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