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큼지막한 책을 발견했다. 표지에는 Happy Ending Note 라는 부제가 쓰여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죽기전에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내용이 꾸며져 있었다.
머리말을 보니, 노년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듯 한데, 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꼭 필요해보여서 빌렸다. 책에 나와있는 목차대로 위키 페이지를 만들었고, 내용을 작성할 생각이다.
끝부분에 인생노트 관련하여 유시민 작가의 짤막한 글이 실려있는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여기에 발췌한다.
뇌사, 회복이 불가능한 질병 말기상태, 노화로 인한 사망 임박 상태에 이를 경우 저는 연명치료를 거부합니다. 죽음의 시기만 늦추는 심폐소생술 시도,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부착, 인공심장박동조율기부착, 인위적인 영양공급, 혈액투석, 수혈, 항암제 투여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만 통증 완화효과가 있을 의료적 처치는 해 주기를 바랍니다. 죽을 때 너무 아프면 안 되거든요. 혹시 죽은 후에도 각막을 비롯해서 타인의 삶에 도움이되는 장기가 남아 있다면 기증해 주기를 원합니다. 의사 판단과 표현 능력을 상실한 경우 이 의향서를 지켜줄 대리인으로 가족을 지정합니다. 의향서 원본은 제가 보관하고 보관 장소를 가족에게 미리 알려둡니다. 사본은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에 등기우편으로 보내 등록합니다.
사망진단이 내려지면 제 뜻에 따라 장례를 치르도록 하려는 겁니다. 여기 쓸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례식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 모여 조용하게 치러주기를 원합니다. 부고를 내지말고 빈소를 차리지 않으며 조문이나 부의금을 받지 말고 장례가 다 끝난 후에 필요한 분들에게만 사망 사실은 알리기 바랍니다. 어떤 종교적 장례의례도 하지 말고 염습도 하지 않으며 수의가 아니라 평소 즐겨 입던 옷을 입혀 관 없이 화장하기를 당부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받아 안은 운명 안에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다가 때가 되어 떠나는 것일 뿐이니까요. 화장하고 남은 것은 잘 썩는 천에 담아 땅에 묻고,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한 그루만 심되 어떤 표식도 하지말기 바랍니다. 장소는 제가 미리 마련해 두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 혹시 그 아이들이 자식을 낳는다면 그 아이들까지도, 함께 가족소풍을 나오면 좋을 만한 곳으로요. 장례 절차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장례 이후에도 종교적 제례를 일절하지 말고, 내가 죽은 날이든 명절이든 절대 제사상을 차리리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향불과 음식냄새가 풍기는 제사상 근처가 아니라 하늘과 바람과 별에게로 갈 테니까요. 혹시 내 생각이 많이 나는 때가 있다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추억만 나누기를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