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된 김남희 씨의 책.

그녀의 가장 최근 출간된 책인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이후로 몇 년간 출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는 얘기만 전해들었을 뿐.

발견하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저자를 보니, 김남희 씨 외에 쓰지 신이치 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렇다. 이책은 두사람이 공동 집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책의 서두에 나왔지만, 한일 환경 단체 연합 주체로 열린 '피스 앤드 그린 보트' 라는 행사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 각각, 여행자와 환경 운동가 라는 다른 영역의 일을 해왔지만 자연과 문화, 그대로의 것을 보존하려는 마음은 서로 같았다.

이후 두 사람은 부탄과 한국, 일본을 함께 여행하며 각자 느낀 점을 자유롭게 적었다. 앞서 말했듯이 자연과 문화에 대한 두사람의 시각은 비슷했지만, 한국과 일본 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얽혀진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 차를 보였다.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김남희 씨의 글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독자로 하여금 마치 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서 공감을 하게 만드는)

책에 나오는 한국과 일본의 지명들이 익숙했다. 책에 나온 곳들을 무심코 지나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진다.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가보고 싶다.

다음은 책 내용 중에 마음에 드는 문구다.

시간이 없어서… 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찾지 않을 물건을 갖기 위해 과도한 노동으로 자신을 몰아 넣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면,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사람 한사람이 자발적으로 중심에서 떨어져나와 밥벌이가 가능할 정도의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을 정서적으로 고양시키는 취미활동을 하며 조금은 가난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삶의 장소를 바꾸는 일이 선행된다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도시의 경제 규모와 삶의 방식에 떠밀리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서울에 사는 이들이 시골로 내려가는 일을 주저하는 데는 취업이나 교육 같은 문제 외에도 취미활동이나 문화생활의 제약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여가를 누리는 방식에서도 우리는 돈으로 구매하는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게 아닐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공연장을 찾거나, 전시회를 찾아가는 그 모든 문화생활을 우리는 구매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스스로의 안목과 재주를 실험하기보다 시장에 나온 물건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삶이 되기 쉽다.
우리가 되찾아야할 취미활동은 돈이 개입되지 않고 놀이하는 법이 아닐까. 손을 써서 직접 만들고, 몸을 움직여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는 법을 익히는 것. 구매 보다 생산 하는 문화생활이 될수록 삶의 질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식물을 기르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은 스스로 치유하는 길이었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힘들기만 했던 지난해. 옥상 정원과 텃밭이 없었다면 내 삶은 훨씬 피폐했으리라.
자신이 먹는 음식의 일부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일은 인간을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눈물겹도록 평화로운 길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