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기업가, 협동조합, 실용주의, 공정무역.

이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내가 이런 용어를 접한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책의 출판년도를 보니 2006년 3월이다. 이게 번역본이니 원서는 아마 2000년대 초반이 아닐까 싶다.

책의 두 저자가 14개월동안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80명의 대안기업가 중에 23명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사견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은 없었다.

기업의 목적이 이익 창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익 창출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작용들, 이를테면 온실가스 배출, 환경파괴, 인권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어디선가 아이폰을 조립공정에서 일하는 중국인 미성년자 아이들은 닭장같은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책에 나온 사람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기업들. 이런 대안기업들이 활발한 나라들을 보면 제도적으로나 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많이 이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럽 쪽에 많았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나 중국 같은 한창 산업화 발전의 중심국가들에서도 대안기업들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총 23명의 인터뷰 중에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데이비드 그린 35대 65 의 아름다운 균형

아라빈드 그룹은 현재 5개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한 해 150만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연간 20만 건의 수술 중 47퍼센트는 무상으로, 18퍼센트는 원가보다 저렴하게 제공된다. 즉, 35퍼센트의 환자만이 통상적인 비용을 지불해서 전체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병원에 오는 어떤 환자도 자신의 소득 수준을 증명하라고 요구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도 무료로 수술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병원의 시스템은 저절로 조정되고 있고, 환자들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환자들은 길게 줄 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병원이 지향하는 모델에 대한 신뢰감의 발로로 기꺼이 치료비를 지불한다.

오리에게 부탁하여 무농약을 실현하다

벼농사를 짓기위해서는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 생산자 모두에게 나쁜 결과만을 초래한다. 비료를 사용할 필요없이, 오리를 사용하면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논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한다. 나중에는 오리를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렇듯 자연적인 천적을 이용해서 무공해 경작을 할 수 있다.

영혼이 깃든 도시의 침술가

지속 가능 도시의 대명사 브라질의 꾸리찌바 를 설계했던 자이메 레르네르.
급속한 개발로 인해 황폐화되었던 도시를 맡아 이끌었던 자이메. 30 대라는 젊은 나이에 시장이 되어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었다.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사람들이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함으로서 자원을 절약하고, 공해를 줄였다.
시민들의 호감도가 91% 였다고 한다. 누가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도시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의 대안기업들을 찾아봤다. 대안 기업 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이에 등록된 업체는 7개에 불과 했다. 이마저도 거의 쓰레기 재생이나 구형 PC를 재조립하여 필요한 곳에 팔거나 보내주는 회사였다.

책에 나온 것처럼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의 회사들이 생겨나야 한다. 대안기업에서 일한다면, 일하는 보람도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