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소히 꽂힌 작가가 있다. 바로 알렝드 보통이다. 그의 작품인 '불안'을 읽고나서, 어쩜 이렇게도 우리가 흔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그만의 통찰력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의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의 25 살에 출간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그 만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마치 무수한 연애를 해보고 사랑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중년의 노신사 처럼 말이다.

1인칭 주인공인 '나' 라는 인물이 클로이 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이별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밑바탕의 전제로 하고 있다.
마치 사랑에는 단계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 있는 것 처럼, 처음에는 설레고, 서로가 익숙해지고, 서로의 장단점을 보게 되고, 나중에는 익숙함 때문에 헤어지고 가슴아파하다가 서서히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그리고 또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이 시작된다.

세상에 나온 책들 중에 사랑을 얘기하고 있지 않은 게 있을까? 드라마, 영화, 연극을 봐도 온통 사랑 얘기다.
이쯤되면, 지루할 만도 할텐데… 사람들은 내용은 뻔해보이는 사랑 얘기에 언제나 열광한다.

나는 이제껏 제대로된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따라서, 저자가 얘기하는 사랑의 감정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부분 부분마다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나 같았어도 저렇게 느끼겠구나' 하고 상상으로나마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이책은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연인들 보다는 솔로들이 읽는 것이 더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이 사랑에 대해 너무 실랄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그 들 외에 외부 환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것처럼.
아무리 똑똑하고,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도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어 버리고 만다.
상대방의 집안환경, 지위, 부모님, 미래 등을 일일이 생각하고 따진다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문구를 발췌했다. 나중에 이말을 해줄 사람이 생기면, 잊지 말고 해주고 싶다.
사람이 누구나 부족한 점이 없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가진 상대에게 사랑을 느낀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너의 얼굴, 몸, 부모님, 환경도 아니고, 바로 너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