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책소식을 접하는 매개가 시사 주간지이다보니, 소설보다는 사회문화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다.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가 1997년부터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여러 건의 다큐멘터리와 사진을 찍은 기자라는 점과 기존의 탈북자를 주제로한 책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적힌 소개멘트가 끌렸다.
책은 저자가 직접 만난 탈북자들의 에피소드들로 채워져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많은 탈북자들을 만나본 결과, 총 3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이다.
1. 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
2. 중국에 정착하려는 사람
3. 북한에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
의외였다.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한국사람이라면, 탈북자는 모두 1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닐까?
읽으면서, 기존에 내가 알고있던 '북한' 관련한 것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고국을 떠나 타향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지난 5년간의 여행에서 깨달았다. 물론 여행비자를 받아 정식으로 체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일 비자없이 불법체류를 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아르헨티나를 떠나온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비자'다.
탈북자들은 비자없이 중국으로 도망나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산다. 중국 공안의 단속에 걸리면, 북한으로 송환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탈북자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 정치체제가 싫어서 나온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사실 좀 의외였다.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에서 탈북했다.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이나, 한국행을 선택하거나, 중국에서 돈을 마련한 후에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대부분 탈북 여성들을 주로 만났는데,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서 인신매매를 통해 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식 비자가 없기 때문에 일용직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생활을 한다. 한족 남성과 결혼하여, 호구(중국 신분증)를 만들어 중국에서 정착하거나 한국입국 후, 국제결혼을 통해 남편을 데려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종교단체와 NGO' 다. 탈북자를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일은 '인권'의 문제에서 '비즈니스'의 영역이 되었다. 탈북자들을 모집하고 브로커들, 또 이들에게 선수금을 받고, 무모한 계획(대부분 한국 영사관에 침입하는)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을 촬영하고, 이동중 문제가 생기면 모두 나몰라라한다. 성공하면, 인권을 구했다는 구실로, 실패하면, 이렇게 인권유린이 심각하다는 구실로 국제사회에 탈북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패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북한으로 송환되어, 중국에서의 가정이 무너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정 교단 선교회 목사의 사기사건도 다룬다. 유엔에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하는 일본과 미국은 정작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이중적인 태도다.
탈북문제를 자신들의 이익에만 활용할 뿐, 그들이 말하는 인권적인 접근은 하지않는다.
저자는 지금의 탈북자문제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이 자립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동을 봐도 그렇다. 정부가 붕괴된 상태에서 국민들이 난민이 되어 여기저기를 떠돌고 다니는 걸 보면. 안타깝다.
주변의 국가들은 모르는 척하고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모르고있는 것이 북한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기존의 미디어들에서 하는 말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 떨어져있는가 하는 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