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소설이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 였으니. 특히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었다.
줄거리를 간략하자면, 소설 로빈슨 쿠루소와 비슷하다. 주인공인 파텔은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위해 동물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화물선에 오른다. 하지만, 배는 태평양 가운데에서 침몰하게 된다.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타게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리 부상을 입은 얼룩말과 표범, 오랑우탄, 벵골호랑이(리처드 파커)가 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들끼리의 먹이사슬에 의해 먹고먹히는 일이 반복되고, 나중에는 리처드 파커와 파텔만이 남게 된다.
파텔은 처음에는 호랑이를 무서워하지만, 점차 길들이기로 한다. 식량이 바닥나자, 낚시를 시작하고 바닷물을 증류해서 물을 먹었다. 그러다가 한 섬에 표류하게 된다. 나무들과 해조류가 넘처나는 곳이다. 하지만, 파텔은 그곳이 식초섬인 것을 알고는 그곳을 떠난다. 그는 결국 멕시코의 한 연안에 도착해서 구조를 받는다. 리처드 파커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후에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나온 조사원들에게 파텔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두 가지 형태로 이야기 한다. 여기서 극적 반전이 나온다. 하나는 동물이 등장한 이야기고, 하나는 사람들이 등장한 이야기이다. 그 이후, 조사원은 파텔의 이야기 중 동물이 등장한 이야기를 사건 보고서에 적는다.
내가 무엇보다 이 소설에 감동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벵골 호랑이와 227일 동안 표류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떤 것을 믿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극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호랑이나 표범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일깨워 준다. 단지 파텔은 다른 동물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상대를 길들일 줄 알았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리처드 파커가 없었다면, 파텔이 끝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