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평점 ★★★☆
한줄평 (마치)나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회고록

저자의 얘기가 아니다.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90세의 할머니의 자서전을 썼다.
광주 5.18 을 학교 교과서가 아닌 드라마 '모래시계'로 알게되었던 세대로서 '인혁당 사건'은 얼핏 들어보기는 했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북한에서 태어났고, 하얼빈에서 자랐으며, 625 전쟁 전까지 학창시절을 다시 북한에서 지냈다. 발발 이후, 남쪽으로 내려왔고, 부산에서 터를 잡기까지 당시 보통 사람들에 비해 끼니를 거를만큼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다.
성인이 되고, 한국은행에서 일하고 남편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릴 때까지는 빛나는 미래가 펼쳐지는 듯 했다. 인혁당 사건 전까지는.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을 잡아 가두고, 사형을 선고한 뒤 하루만에 집행을 해버렸다. 그 와중에 아내(주인공)는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여러 인권단체와 종교인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다.

책은 저자와 주인공 간의 대화로서 서술되지만, 분량면에서 보자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에 대한 각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 개인의 회고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의 20세기 근대사 위에서 봐야하는 것이다.

수십년이 지난 후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심이 이루어졌고, 사형에서 무죄로 바뀌었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 당시에 앞장서서 사건을 조작한 이들은 승승장구하며 지금까지도 천수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 답답하다.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를 사셨던 할머니들(친가/외가)이 떠올랐다. 아마 그분들의 자서전을 썼다면, 상당부분 비슷하지 않았을까.
역사는 느리지만 진보한다는 말을 믿는다. 동시에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 또한 무겁게 받아들인다.

기억에 남는 구절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게 쌓여 인생이 된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오늘밤에 죽어도 괜찮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으니까.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 말하지 않은 겁니다.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