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평점 ★★★
한줄평 한때 러시아인이었던 한국인이 바라본 러시아

지리적인 거리에 비해 정서상으로 무척이나 멀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나라 중에 러시아가 있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자국민들 조차도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나라다.

이런 환경때문에 '러시아' 로 검색해서 나오는 책 중에 최근에 출간된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나온 것들이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의 제재 때문에 여행, 무역 등이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내가 여행했던 2017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발급된 비자,마스터 카드를 시중의 은행 ATM 에서 사용 가능했었다. 현재는 사용불가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에 정착해서 20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다. 게다가 한국으로 귀하까지 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과 러시아의 차이점이 흥미로웠다.
서두에도 적었지만, 저자가 한때 러시아인이긴 했지만, 대부분을 블라디보스톡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광할한 러시아 다른 지역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을 고백한다.

지금의 러시아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통해 알려주고, 후반부에는 추천 여행지도 있어서 유익했다.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났으면 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세계 여성의 날'에는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방송도 나온다. 그 만큼 러시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다. 매년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서 이런 축사를 한다.
 
"사랑하는 우리 러시아 여성 여러분! 우리 엄마들, 딸들, 할머니들! 이 따뜻하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에 아름다운 우리 여성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우리를 항상 돌봐 주고, 항상 우리 곁에 있어주며, 우리에게 식사도 제공하고, 우리 집을 따뜻하고 깨끗하게 해 주시는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전 세계에서 미모로 가장 유명한 우리 여성분들, 참으로 대단합니다.
우리 러시아 남성들은 남자의 역할을 열심히 할 테니 여성 여러분도 여자가 해야 하는 역할을 성실히 이행해주십시오. 꽃보다 예쁜 우리 여성분을 지지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연설은 보편적인 성 평등 기준에서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감사를 표하는데,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을 돌봐주고, 밥을 해주고, 가사를 전담해서다. 그리고 이를 여성의 역할로 단정하고 더욱 성실히 임해 달라고 당부한다. 서구의 지도자나 한국 대통령이 이런 연설을 한다면 지지율과 여론은 어떻게 될까.
하지만 러시아 여성들은 많이 좋아한다. 남녀의 성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를 인정하고 격려해 준다는데 싫을 게 뭐가 있냐고 생각한다. 이날 만큼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어딜 가나 관심의 대상이 되니 오히려 좋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