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저녁을 먹고, 소화나 시킬 겸,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유럽의 마을 집들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창문마다 셔터문 처럼 완전히 외부와 차단시키는 것이다. 낮에는 특히나 해가 비치면, 집집마다 셔터를 올리고 창문을 열지만, 저녁이 되면, 모든 창문들이 닫치고 셔터가 내려진다. 오가는 사람마저 없으면, 마치 사람이 안사는 폐가 처럼 보인다. 내부를 가리고 싶다면, 발 같은 것도 있을 텐데, 아예 셔터까지 사용하는 걸 보면, 그만큼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까.
내가 있는 마을의 이름은 Frenz 이다. 이곳에는 엄청나게 큰 발전소가 있다. 처음에는 공장인 줄 알았다. 굴뚝에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연기?)가 하루 종일 뿜어져 나온다. 마치 저것때문에 비가 오는게 아닐정도로.

PS. 집에 사는 사람은 호스트인 sven 과 카자흐스탄 손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인데, 나를 제외한 둘은 아침일찍 출근을 하고, 오후 4시정도 이후에야 집에 돌아온다. 각자 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거의 보기가 힘들다. 저녁 무렵 sven 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가족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근처에 살고, 몇년전에 지금의 집을 마련했다고. air bnb 에 숙소 호스트를 시작한 건 대략 3년 전이라고. 그동안 많은 게스트들이 다녀갔다고 했다. 관광객들보다는 이곳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가장 오랫동안 머문 사람은 6개월동안 머물렀던 중국이었다고. 그는 aachen 의 한 대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그는 몇년 전 서 아프리카 몇 나라를 여행했다고도 했다. 내년에는 스리랑카에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지금이 좋다고 했다. 며칠 지내보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 조용하고, 자전거로 얼마든지 시내로 갈 수 있고. 그는 차가 없었다. 자전거 한대 뿐. 강아지, 고양이와 닭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나도 살고 싶은 워너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sven 또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