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예정에 없던 실리구리(Siliguri) 에서 쓰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후쯤 칼림퐁(Kalimpong) 에 도착해야 했다. 무슨 일일까?
본격적으로 산악구간이 시작되는 실리구리와 칼림퐁의 갈림길. 지도 상으로 8자도로와 곳곳의 비포장도로가 혼재되어 있는 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칼림퐁 쪽으로 난 산길도로에 접어들었다. 일반도로보다 폭이 좁고, 중앙선이 없었다.
차량들은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좁은 산길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을 넘나들었다.
그래서 더 자주 경적을 울려댔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해보였다. 결국 바로 앞에서 추돌사고가 났다.
나를 추월해서 앞서가던 차량이 8자 커브 구간에서 상대편의 차량과 충돌한 것이다. 다행히 정면이 아니라, 운전자가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한 차량의 앞쪽이 반파될 정도로 심각했다.
뒤에 따라오던 차량들은 사고 현장을 구경하느라 서행했고, 이후에 오던 차량들은 앞차들이 가지 않자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십미터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전거를 길 옆에 세워두고, 생각을 했다.
'과연 이 길을 자전거로 타고 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칼림퐁까지는 십 여 킬로미터 이상 남았지만, 이런 산길도로에서는 언제든 같은 상황이 벌어질 터였다. 누구도 이런 곳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즐겁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전거를 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전에도 적었지만, 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이 구간은 나중에 배낭여행으로 와도 된다'
의문에 대한 답이 결론에 이르자, 핸들을 실리구리로 돌렸다.
인도에 처음 들어와서 접한 Moreh 에서 Imphal 까지의 산악 구간 정도만 되었더라도 칼림퐁으로 갔을 것이다. 그때 당시와 지금이 다른 것은 딱 하나, 차량이 쉬지 않고 오르고 내린다는 점이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64.415 km
누적 거리 : 13180.105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