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대략 1400~1500m 를 올라야 하는 오늘이 케냐에서는 가장 힘든 구간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보더 더 힘들었던 에티오피아의 v 자 협곡을 지났기에 자신이 있었다.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했다.

같은 오르막길이라도 낮보다는 해가 뜨기전 새벽에 달리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만큼 날씨가 중요하다. 케냐 역시 에티오피아 만큼 산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오르막이나 내리막 길에서 팔자(8) 구간이 별로 없다. 직선도로가 많고 서서히 고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구간이 많다. 나로서는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점이다.
하루하루 나이로비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차량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발 2500m 에 이르는 산길도로의 경우(A2 도로), 도로도 좁고 양 옆에 갓길이 없었다. 보통 오르막 구간에서는 오르막 차선이 2개로 늘어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고도 1700 미터 이후 구간에서는 대부분 끌바를 했다. 그러던 중에 한 차량이 백미러로 내 팔꿈치를 치고 달아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에 다행히 끌바를 했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패니어를 쳤을 것이다.
소리가 꽤 컸기 때문에 차량이 서서 최소한의 유감은 표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가버렸다. 끌바 중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케냐 운전 매너는 아프리카 국가 중 최악이다.

숙소를 나온지 6시간만에 2500m 고도에 다다랐다. 멀리 5000m 높이 케냐산이 보였다. 만년설이 보였다. 국립공원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로 양쪽으로 한동안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적도 부근임에도 높은 고도때문에 덥지 않은 날씨. 꽃 재배를 위한 대형 비닐하우스단지들이 보였다. 또한 이곳만의 특산물인듯한 감자를 파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목적지인 nanyuki 까지는 내리막 길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곳에는 대형 슈퍼마켓이 서너군데 있는데, lsiolo 보다 크고 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구글맵 상에 가장 많은 리뷰가 있던 Chieni supermarket 에 갔다.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러보니, 이유를 알겠다. 바로 물건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0 실링을 주고 사던 라면이 30 실링이다. 과자나 우유, 계란 같은 것도 더 저렴했다. 나이로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저렴해지는게 아닐까.

오늘 힘든 구간을 넘었기 때문에 탄자니아 국경까지 가파른 오르막은 없다. 350km 남았다.

ps. 물을 사기위해 다른 대형 슈퍼마켓에 갔을 때, 기존보다 물 값은 더 비쌌다(5리터 120실링). 지금껏 일반 상점에서 100 실링에 샀기 때문에 근처의 상점들을 돌아다녔지만 작은 사이즈만 있고 5리터 이상의 용량은 취급하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슈퍼마켓에서 10리터 225실링에 샀다.

ps2. 스와힐리어는 문자를 영어로 쓸까. 케냐에 들어와서 본 거의 모든 간판은 영어로만 적혀있다. 마치 영어만 사용하는 것처럼.

ps3. 슈퍼마켓 직원의 추천으로 처음보는 라면을 구입했다. 매운 치킨 맛 라면인데, 포장지 디자인이나 내용물이 약간 허술하게 보였다. 설명을 보니, 케냐에서 직접 만든 제품이다. 시험삼아 사서 먹어봤는데,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내가 먹는 제품(인도미, 인도네시아에서 만든)을 좀더 벤치마킹해야 할 것 같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8.763 km
누적 거리 : 45792.422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