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숙소주인에게 앞으로 가야할 마을들(turbi, bubisa)에 은행이 있는지 물었을 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신 숙소는 있다고.
25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Marsabit 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이곳 모얄레에서 환전을 하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이 문을 여는 오전 8시 반에 맞춰 체크아웃을 했다. 은행에는 총을 든 경비원들이 앉아있었고, 30분이 조금넘자 문이 열렸다. 처음에 간 은행에서는 환전이 안된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숙소 주인에게 모든 은행에서 환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두번째로 간 KCB 은행.
환율을 물어보니 1달러에 95.55 실링이란다. 블랙마켓과 뭐가 다른가? 이게 official 환율이라고 물으니, 거의 그렇단다. 다른 은행들도 소수점 아래만 다르지 비슷하다고. 그럼 인터넷에 나온 '1달러 = 100실링' 환율은 뭔가? 이쯤되니, atm 으로 뽑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다.
갈길이 멀고 갑자기 급 피곤해져서 그냥 100 달러를 환전했다. 9555 실링을 받아야 하는데, 9550 만 준다. 직원에게 물으니, 동전이 없단다.
“은행에 돈이 없다니?” 어이가 없었다. 보다못한 옆에 있던 손님이 5 실링을 줬다. 에티오피아에서도 1비르 보다 작은 동전도 줬는데, 여긴 왜이래? 이 나라 이상한게 너무많다.

찜찜한 마음을 뒤로하고 출발. 왼쪽 주행방향이 익숙하지 않다. 케냐는 기독교 국가로 알려져있지만 모얄레는 무슬림이 훨씬많았다.
오늘 루트는 완만한 내리막. 확실히 길가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 물론 나를 보면 길가로 뛰어나오는 아이들. 뭔가를 묻는 사람들. 어쨌든 더이상 'youyouyou' 는 없다.
국경에 가까운 도로라서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예상 목적지 turbi 에 도착했을때가 오후 4시 무렵. 식당을 겸한 숙소가 보였다. 들어가보니 슬레이트로 만든 지붕에 다닥 붙어있는 방들. 숙소라기보다 창고가 더 어울려보였다. 공동화장실에 물통에 담아준 물. 물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이곳에서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00 실링.

방에는 콘센트가 없었다. 주인에게 물으니, 이곳은 일년 365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단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서 배터리를 충전에 저녁에만 잠깐 사용한다고.
왜 전기가 공급되지 않냐고물으니, 정부의 비리때문에 다들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하다고. 정확히 도시인 모얄레와 Marsabit 중간에 있지만, 이런 곳들은 자가발전을 하기 때문에 근처의 다른 마을로는 송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정도면, 지금까지 가본 어느 아프리카 국가의 마을보다도 열악해보였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주인은 뉴스를 봐야 한다며, 충전해둔 배터리를 사용해 TV 를 켰다. 몇몇 마을 사람들이 와서 같이 tv 시청을 했다. 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rice and beans' 를 먹었다. 나름 먹을만 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보충하는 일종의 방법인 듯 했다.
숙소바깥은 바람이 잘 불어서 시원했지만, 이상하게 방만 들어가면 찜통이었다. 결국 방에서 나와 밖에 텐트를 치고 잤다..

식당 옆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암송소리가 밤 늦도록 들렸다. 아마도 꾸란의 구절을 외우는 것 같았다.

ps. 새벽에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손가락 3개를 합친 크기의 바퀴벌레들이 벽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ps2. 케냐가 에티오피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물가도 그렇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오히려 더 열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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