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잠잠해질만도 할텐데 밤새 끊임없이 강한 바람이 불었다. 마치 옆에서 온풍기를 틀어놓은 듯한 건조하고 더운 바람.

어제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최대한 일찍 출발했다. 바람은 옆에서 또는 앞에서 쉼없이 불었다. 바람만 없다면 고단기어로 페달링이 가능한 완만한 오르막 길을 끌바를 하려니 답답했다. 지난 4년 동안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예상대로 부비사 이후로 Marsabit 까지 30여 킬로미터 구간동안 상점이 있는 마을은 없었다. 650 미터에서 시작한 끌바는 1300 미터까지 계속되었다. 어제 먹고남은 음식(rice and beans)과 바나나, 과자를 먹었다. 특히 남은 물이 많지않아 아껴마셔야 했다.

오르막 구간에서는 1차선이 2차선으로 늘어났고, 도로 노면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적었다. 이따금 모얄레에서 나이로비까지 가는 대형버스가 있었고, 근처 마을을 오가는 승합차들이 보였다. 어제는 햇볕때문에 힘들었는데, 오늘은 해가 구름에 가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름이 많아졌고, 급기하 천둥번개가 치기도 했다.
Marsabit 에 들어오던 오후 1시경부터 내리기시작한 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저녁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밤새 계속되었는데, 홍수가 나지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무섭게 쏟아지기도 했다. 이곳의 고도와 지형을 생각하면, 빗물은 아래로 흘러내려갔을 것이고 내가 올라온 부비사 쪽으로도 갔을 것이다. 가뭄해갈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시내 중심가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도시였다. 부식을 사기 위해 근처를 돌아다녔다.
내가 그토록 찾아헤메던 인스턴트 라면 '인도미'를 찾아냈다. 가격은 40실링.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드디어 제대로된 한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나이로비에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모얄레보다 더 많은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 있었다.
바나나는 한개에 10실링, 토마토는 1kg 에 120 실링. 앞으로 바나나만 먹어야 할 듯.

Ps. 올라오면서 본 산들은 가운데가 움푹파인 화산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의 산들이 많이 나타났다.
ps2. 지금껏 케냐에서 달린 250 여 킬로미터를 보면, 도시나 마을을 벗어나면 거의 사람이 살지않거나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길 옆에서는 거의 대부분 마을이 있었던 에티오피아와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7.365 km
누적 거리 : 45456.08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