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학산을 오면서 여기서 며칠 간 쉬었다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제주도 → 흑산도 → 가거도 여행을 하면서 빠듯한 일정에 심신이 피곤해서 였다.

그래서 오늘은 휴양림에서 뒹굴뒹굴할 계획이다. 아침을 먹고, 한동안 못 봤던 책(정의란 무엇인가)을 읽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데, 얼마못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한 낮에는 아직도 여름 맞먹는 햇볕이 내리쬐는 덕에 그늘로 피신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쌀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면소재지의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봤는데, 가장 작은게 10kg 였다. 그동안 1 또는 2kg 로 소량포장된 쌀을 구입해서 먹곤 했는데, 여기에는 없단다. 더 큰 읍단위의 시내까지는 나가야 있을 거라고.

점심때 라면을 먹었는데, 저녁은 꼭 밥을 먹어야 겠다 싶었다. 일단 밥 대신 먹을 군것질 거리들을 좀 사고, 다른 방법으로 쌀을 구해보기로 했다.
휴양림을 들어오는 길에 밭에 계신 할머니 한분을 발견했다. 할머니에게 쌀을 조금 팔아달라고 부탁드렸다.
한 두끼만 먹을 정도로 조금만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족히 1kg 는 넘게 주셨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로 가고, 혼자 사시는 것 같았다.
돈을 안 받겠다고 하시는 것을 억지로 쥐어드리고는 감사 인사를 드렸다.

내일은 진도를 여행할 생각이다. 일단 가학산을 베이스 캠프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