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오늘 야영장을 출발을 해야했지만 촌장님, 그리고 함께 알게된 형님의 만류로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반주를 하게 되었다.
두분 모두 장기 야영을 하고 있는 분들로 일반적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촌장님 문패>

많게는 나와 30년, 적게는 15년 정도 차이가 나는 분들인데, 홀로 두 달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았나보다.
요약해보면, 크게 3가지 인데, 다음과 같다.

  1.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해라.
  2. 좋은 여자를 만나라.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마라.
  3. 나 자신을 버려라(돈 욕심을 버려라).

이외에 야영장을 찾아다니지 말고, 마을 회관 같은데 찾아가서 야영을 해라. 좋은 여행을 해라 등등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소주 한병의 2/3 를 먹은 나는 먹자마자 쓰러져 자버렸다. 하지만, 자고나서도 머리가 아파서 애를 먹었다. 다행히 몇 시간 지나고 나니, 괜찮아져서 온전한 정신이 돌아왔다.
분명히 기상청 예보에는 오늘은 비가 안온다고 했음에도 오후에 간간히 소나기가 내렸다. 밤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이틀 동안 못했던 빨래를 오랜만에(처음이자!) 세탁기를 돌려 널었는데, 마를지 모르겠다.

PS. 여행이 어느새 두달을 넘어 세달 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 난지 캠핑장에서 야영했을 때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 여행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상 매일 라이딩하고 텐트치고, 밥해먹고, 씻고, 자느라 60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처음엔 어렴풋하게 나마 여행이 끝나서 돌아올 때 쯤이면 뭔가 그것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같은 것도 있었다. 아직 그것에 대해 답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자신이 즐거워 하는 일을 해라'

라는 어찌보면 교과서 같은 말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

어찌보면, 한번 뿐인 인생.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거워하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이런 귀중한 시간을 억지로 짜증을 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현재로서도 미래로서도 결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설사 이런 것에 대한 결과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들, 그 돈을 가지고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을까?

미래(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젊어서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은퇴를 했을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 그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의 성격이나 생활 패턴이 단번에 180도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면서 지금의 여행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순간순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유익했고, 그리하여 내 인생은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