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예보 상으로는 12시 이후 부터는 비나 눈이 오지 않을 것으로 나와 있었다.
창밖을 보니,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고 있었다. 오늘 출발할지 하루 더 쉬다가 내일 떠날지 고민을 했다.

기상청 예보를 믿고 최대한 늦게(오전 11시 반) 출발했다. 날씨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라이딩하면서 추웠던 걸 상기하면서, 방풍자켓을 꺼내 입었다. 한결 덜 추웠다.
또한 T Bag 에 레인커버도 씌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걱정이 되긴 했는데, 마을 도로에는 재설작업이 된 건지 눈이 쌓이지 않고 녹아서 여기저기 물 웅덩이만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산으로 인접한 도로 일수록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끌고 가야 했다.

차가 지나간 자국을 따라 자전거를 밀고 가는데, 산 정상에 올라갈 수록 자국이 희미해져 눈을 헤치고 길을 만들면서 가야했다. 게다가 샌들이 눈에 미끄러져서, 헛발질을 하기 일쑤였다.

평화의 댐을 지나면서부터는 상황이 더 안좋았다. 이어지는 업힐과 다운힐, 게다가 미끄러운 도로.

처음에는 지나다는 차가 없어서 호젓하니 좋구나 했는데. 차가 못다닐 정도라면 상황이 심각해보였다.

오늘의 목적지인 화천 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30 여 킬로미터 정도 남았다. 평소 같으면, 큰 걱정 없이 가겠지만, 시속 3-5 킬로미터 정도로 밖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다.

한참 용을 쓰면 올라가고 있는데, 아래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멈춰서서 보니, 재설차량이다.
다행이다 싶었다. 먼저 도로의 눈을 가장자리로 치우고, 모래나 자갈을 뿌려주었다. 이것만으로도 헛발질없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 있게되서 전보다 수월해졌다.

오후 4시가 넘어 화천으로 가는 마지막 고개(터널)을 지났다. 이제 곧 해가 질테고, 도로의 눈이 얼 것아서 마음이 급했다.
가는 동안 두 세대 가량의 재설차량이 도로를 오가며 눈을 치웠다. 초반에는 나무와 산자락에 쌓인 눈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사진을 찍을까도 생각을 해봤는데, 손이 많이 가서(레인커버를 벗겨야 함) 관뒀다.
하지만, 지금은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차라리 비가 오지…'

터널이후로는 계속되는 내리막 길이라, 그리고 도로상태로 괜찮아 보여 약간씩 타고 내려가봤다.
산을 내려올수록 눈이 온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곳은 눈 대신 비가 온 모양이다'

시간은 흘러 주위는 어두워졌고, 화천까지는 약 10 여 킬로미터가 남았다.
양말은 젖어 느낌이 없었고, 다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중간에 쉴 곳이 없었기에 페달을 멈출 수 없었다.

7시가 조금 못되어 화천에 도착했다.

서둘러 여관을 잡고, 저녁을 먹었다.

정말 길고 힘든 하루였다.

PS. 힘들게 눈을 헤치고 올라가면서, 최근에 읽은 '안나여…' 소설이 생각났다. 저자가 이런 기분이겠구나하는… 그만큼 생명의 위협이라든가, 절실했다.

[로그 정보]

출발지 : [S] 대한민국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현리 25-7

도착지 : [E] 대한민국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하리 57-7

거리 : 64.44 km

시간 : 1시간 44분 39초 (2011-11-28 16:05:24 ~ 2011-11-30 22:19:42)

평균 속도 : 10.09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