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안오는 요행을 바랬지만,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니 오전까지는 흐릴뿐 비소식은 없다. 어제 가보지 못한 오름투어를 이어갔다.

백약이오름

올라가는 길을 착각해서 헤맸다. 날씨 탓인지 찾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짙은 안개 탓에 10 미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트레킹을 왔다 셈치고 걸었다.

물영아리오름

날씨 때문에 이곳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주도 여행은 날씨가 절반이상(70%)이라고 생각한다. 이 오름은 큰 주차장에 화장실도 있고 꽤 알려진 곳인 듯 하다. 사람들을 따라 올라갔다. 목적지까지 가는 코스를 A, B 코스로 구분해서 만들어놓은 점이 좋았다. A 코스는 긴 대신 완만한 구간이고 B 코스는 짧지만 계단이 많은 구간이다. 망설임 없이 A코스로 향했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숲속을 걸어 올라가는 구간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높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은 매우 운치있었다. 개인적으로 분화구 습지보다도 이 길이 마음에 들었다. 습지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 뿐. 돌아올 때는 B 코스로 왔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관음사 야영장으로 돌아오는 길, 불과 5 미터 앞이 안보일만큼의 짙은 안개가 꼈다. 오가는 차량들이 비상등을 켜고 달렸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렸다. 저녁이 되어서야 그쳤다. 추석연휴의 끝이라 그런가 야영장이 한산하다. 나를 포함해서 텐트 3동이 있다. 며칠 전에 봤던 노루가 야영장 부근을 기웃거리고 있다. 사람이 친숙한지 다가가도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오늘로서 4박 5일 동안 이곳에서 지냈는데, 가성비 최강의 야영장. 날씨 좋은 날,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ps. 이곳 관음사 야영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점 몇 가지.

1. 해가 지고나서 내려오는 등산객들
오후 2시 이후로는 백록담 정상에서 무조건 하산해야 한다. 보통 3 ~ 4시간 가량 걸리는데, 8 ~ 9시가 다되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리를 절뚝이며 무척 힘들어보인다는 것.
주차장에 차량이 있다는 건,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이곳에 오는 사람도 있다. 이건 성판악 코스로 하산해서 차량이 있는 이곳으로 돌아온 경우다. 날씨에 따라서 등산객의 수가 다르기는 하지만 매일아침 5시 무렵이면 등산객들이 차량을 타고 이곳에 온다. 성판악보다는 주차장이 넓어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2. 야생동물들
노루도 그렇고 이름모를 새들. 밤이 되면 숲에서 처음 듣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오직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다.

ps2. 준비한다고 했음에도 비가 올 때의 대비가 미흡한 것 같다. 특히 휴대폰 방수케이스가 없어서 비닐팩을 씌워서 다니는 데, 크기가 잘 맞지 않아서 거치대에 끼우기가 불편하다. 내일 다이소에 가봐야 겠다.
ps3. 14일 숙박지를 정했다. 바로 순천. 이유는 1박에 16000 원하는 숙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지리산까지 멀지 않고, 아래 고흥까지도 적당한 거리다.

<백약이오름 올라가는 길>



<짙은 안개 때문에 어디를 찍어도 비슷해보인다>




<코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있어서 좋았다>

<가장 좋았던 나무숲 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물영아리오름 분화구 습지>



[로그 정보]

거리 : 78.92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