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여기에 처음 온 날은 이렇게 춥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도 이틀 전부터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아침 저녁 뿐만 아니라 낮에도. 불과 하루 사이에 이렇게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 낮에 라이딩을 하는데 추워서 혼났다. 당장 오늘 밤부터 가져온 모든 옷들을 껴입고 자야겠다.

오늘 일정은 노고단, 실상사, 오도재, 지안재, 정령치 순으로 다녀볼 것이다.
어제 저녁에 노고단 입산 예약을 했다. 한라산과는 다르게 오후 4시 전까지만 가면 된다.

요즘 날씨는 오전에 구름이 없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 얼마전 오토바이 커뮤니티에 시티베스트로 노고단이 가능한지 문의글을 올렸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달렸는데, 실제로 달려보니 충분했다.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해서 10 분 가량 오르자, 노고단까지 가는 두 갈래 길이 나왔다. 가파른 길(A)과 편안한 길(B). 물론 A 가 거리는 짧았다. 올라갈 때는 A로 가고 내려올 때는 B로 왔다. 도중에 노고단 대피소가 나왔다. 말이 대피소이지 여기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1박에 12000원이고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화대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대피소를 이용해야 한다.
30분 정도 오르자, 노고단이 눈에 들어왔다. 돌을 쌓아 탑을 만들어 놓았다. 옛날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에서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곳. 해발고도는 1509m. 어제 올랐던 삼도봉과 비슷했다. 하지만 보이는 풍경은 삼도봉과는 또 달랐다.
노고단은 차량을 통해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어서 어제와는 다르게 감흥은 덜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도재. 10 여년 전에 자전거를 끌고 이곳을 힘겹게 끌바로 오르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지명이다. 오토바이로 아주 쉽게 수월하게 올라왔다. 오도재 위에서 보이는 경치 또한 좋았다. 지리산에 살면 커브길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8자 도로로 유명한 지안재. 개인적으로는 흑산도의 8자 도로가 더 멋있었다. 부식과 휘발유 보충을 위해 운봉읍에 들렀다. 로컬푸드 매장이 없어서 하나로마트에 갔는데, 너무 비싸서 나왔다.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어 가보니 오늘이 장날이라고. 좀 전에 봤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뱀사골로 돌아오는 길에 정령치에 들렀다. 오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지만(오토바이가) 그만큼 멋진 풍경을 보답으로 받았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도로의 차량이 거의 없어서 너무 좋다. 평일이라 그런 거겠지.
오늘 밤은 나 혼자 야영장에서 자야 할 듯 하다. 근처의 다른 야영장도 오면서 봤는데,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내일은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날로서 구례와 하동을 둘러볼 계획이다.

ps. 밤이 되자, 입김이 보인다.
ps2. 어젯밤 이곳 야영장을 이틀 더 연장했다. 예약 후 결재할 때, 할인항목에 그린카드를 체크했음에도 할인없이 그냥 결제가 됐다. 국립공원사무소에 연락하니, 결재할 때는 할인없이 되고, 현장에서 체크인할 때 그린카드를 제시하여 기존의 결제를 취소하고 할인금액으로 다시 결재하거나 할인된 차액을 환불하는 형태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틀 전 체크인할 때 그린카드에 대한 어떤 언급도 듣지 못했다. 오늘 연장을 하면서 그린카드를 보여주고 지난 이틀 건을 포함해서 총 4일 간의 할인을 받았다. 하루 당 20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꽤나 유용하다.
ps3. 노고단을 내려오다가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043 으로 시작되는 번호다. 받아보니 뜻밖에도 '괴산교육도서관' 이었다. 연체된 책이 있었던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뽑은 최다이용 회원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과 상품을 받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귀를 의심했다. 내 딴에는 몇 권 빌리지도 않았는데.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주일 간 받으러오면 된단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괴산에 가야할 사유가 또하나 생겼다.
ps4. 회사에서 퇴직금 정산때문에 IRP 통장을 만들고 사본을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괴산에 가야하는 이유가 또하나 늘었다.
ps5. 지리산 산길도로를 달리다보면 마을 안내표지판을 보게되는데 대개 음식점과 펜션이고 산비탈에 있는 집들이 보인다. '어떻게 저런 곳에 집을 지었을까?'

<노고단 주차장, 이륜차는 무료다>





<노고단대피소. 숙식이 가능하며, 미리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오가는 버스가 있다>




<노고단 정상>









<실상사>








<잊을 수 없는 오도재. 오토바이로 손쉽게 올라왔다>




<8자 도로로 유명한 지안재>



<정령치>

[로그 정보]

거리 : 97.95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