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가져온 옷들을 모두다 껴입었다. 덕분에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잤다. 대신 몸이 불편해서 몇 번 깼다. 오늘 달려야할 거리가 좀 돼서 일찍 출발했다.
대구 근대화 거리, 김해 봉화마을
대구를 지나가기에 어디를 갈까하다가 전국여행 책에 나온 곳 중에 선택한 곳이 대구의 근대화 거리다. 사실 책을 보기 전까지는 알지못했다. 근대화시기에 지어진 건물들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관광안내소에 있던 책자을 보고 몇몇 가볼만한 곳을 정했다.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 3.1 운동 계단, 계산성당, 이상화, 서상돈 고택, 대구 근대역사관
청라언덕을 따라 올라가니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집들이 보였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다. 흥미롭게도 한옥과 서양 건축 양식이 합쳐진 형태였다.
양쪽에 태극가 꽂힌 3.1운동 계단을 내려가면 한국에서 3번째로 지어진 계산 성당이 나온다. 전형적인 로마 카톨릭 양식의 건물이다. 최대한 성당만 나오게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워낙에 주변 고층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어 불가능했다.
고택들은 당시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근대역사관을 둘러봤다. 200 년 전만 해도 대구에는 대구읍성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시대 때 성을 허물어버렸다고. 2~3 시간 남짓 거리 곳곳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근대화시기 대구에서는 3.1 운동, 국채보상운동 같은 애국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근대화'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하지 못하고 일제 하에 강제적으로 하게된 만큼 이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대화가 좋은건가? 좋기만 한건가?
근대화를 통해 생긴 명과 암은 분명하게 이후 역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명'을 부각 시키려면, '암'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역사관 한켠에 전시된 박정희의 소개글이 씁쓸했는데, 여기에는 친일행적과 쿠데타의 얘기도 인권유린의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대구가 근대화되는데 도움을 줬다는 내용 뿐이었다.
대구라서 가능한 건가? 속으로 좀 놀랐다.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김해 봉하마을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10 여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봉화산으로 이르는 길도 정비되어 있었다. 길 한켠에는 노무현의 약력과 살아온 이력을 사진과 글로 전시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불과 2시간 거리 밖에 안되는데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숙소가 있는 부산 사상으로 출발했다. 평일 오후시간이지만 부산에 진입하자마자 차량으로 붐볐다. 앞으로 부산에 있는 동안 고생 좀 할 것 같다.
ps. 이번 여행에서 아주 유용한 아이템을 꼽자면 바로 양파망이다. 거의 모든 과일이며 야채를 보관하기에 좋다. 바람이 통하기 때문에 상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에도 가져가야 겠다.
ps2. 부산에서 하루에 2만원하는 숙소를 잡았다. 요즘같은 시가에 저렴한 가격이다. 배정된 방을 보니,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시설인데, 나로서는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다.
<꽤나 오랜시간을 함께 했던 물통, 여러군데 구멍 때문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3.1운동 계단>
<계산성당>
<한복 입은 사람의 스테인드그라스가 눈에 띈다>
<봉하마을>
[로그 정보]
거리 : 156.59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