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어젯밤 야영장에는 나혼자였다. 야영장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로부터 외떨어진 이런 야영장에는 고양이가 없다. 먹이를 얻을 민가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24시간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잘잤다.

팽목항까지는 80여 킬로미터, 배 시간이 2시 30분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텐트를 말리고 아직까지 잘 달려주고 있는 오토바이 점검을 했다.
진도로 들어가기 전, 해남의 로컬푸드매장에 들렀다. 해남의 경우 매장과 사무실이 한 건물에 있었다. 2층 사무실에 걸린 '공공급식 지원팀'이라는 팻말에서 '역시 많이 다르구나' 라는 걸 느꼈다.

오토바이를 선적하려면 출발시간보다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한다. 항구에 도착하니 3일전에는 안보이던 대형선박이 정박해있었다. 그리고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3대의 오토바이가 더 왔다. 번호판을 보니 다들 수도권에서 왔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밧줄로 고정을 시키는데 뒷쪽에 마땅히 걸만한 곳이 없어서 짐받이와 배달통의 연결부위에 걸었다.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에서 내리고나서 배달통 크랙이 더 심해졌다.

쾌속선이라 정말 90분만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대신 운항 도중 갑판에는 나갈 수 없었다. 촌각을 다투는 급한 사정이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계기판을 보니, 여행을 시작하고 1000km 를 넘게 달렸다. 엔진오일 교체시기가 온 것이다. 제주 시내의 대림오토바이센터를 검색해서 찾아갔는데, 주인이 전화를 받느라 손님은 뒷전이라 패스. 다음에 바꾸자.
일단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가장 가까운 삼양해수욕장쪽으로 걸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해변에 무슨 일인지 웨딩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안가를 따라 방파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낚시를 하러온 사람들이 많았다. '많이 잡힐까?'

내일은 일찍 한라산 등반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 한다.

ps. 오늘 숙소는 4명이 함께쓰는 도미토리인데, 나 말고는 체크인하는 사람이 없었다.
ps2. 팽목항에 도착할 무렵, 연료 게이지는 'E(mpty)' 에 붙어있었다. 이전에도 이런 경우 최소 1리터이상은 남아있기에 연료를 바로 보충하지 않고 제주도에 왔다. 숙소를 불과 700m 남겨둔 지점에서 오토바이의 이상이 느껴졌다. 가속이 제대로 안되고, 시동이 자꾸 꺼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연료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결국 끌바로 길 가장자리로 옮긴 후, 기름통의 연료를 주입했다. 그제서야 아무일 없이 운행이 가능했다. 앞으로 미리미리 보충을 해야겠다.

<출발 전, 타이어에 이물질이 박히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


<부식을 사기위해 들렀던 해남로컬푸드매장. 꽤 잘 운영되고 있는 듯 했다>



<90분만에 제주도에 갈 수 있는 쾌속선, 산타모니카호>


<묶을 때 될 수 있으면, 배달통 쪽이 아닌 바퀴 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삼양해수욕장 해변>


<구름에 가려 한라산 정상부근이 보이지 않았다>


[로그 정보]

거리 : 203.95 km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