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쉬켁 까지는 약 140km 정도.

어제 저녁 무렵부터 이어진 포장도로는 오늘도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은근한 내리막이라, 초반부터 평속 20km 를 쉽게 유지할 수 있었다. 순간 최대속도 60km/h 도 봤다.

'이런 길만 쭉 이어진다면, 정말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을 텐데. 비쉬켁까지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달리기 위해 더 짧은 거리의 루트보다는 돌아가더라도 이길을 택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카자흐스탄과의 국경을 맞대고 이어진 A365 도로를 달렸는데, 중간중간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왕래가 가능한 국경 검문소 같은 곳도 보였다. 아마도 양국 간의 국민들만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수도인 비쉬켁에 가까워져 오면서 왕복 2차선이었던 도로는 오히려 1차선으로 줄어들었다. 시내에 진입할 때까지 이어졌다.

슬슬 숙소를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시내를 다니다가 숙소가 보이면 들어가기로 했는데, 간판들은 죄다 알아들을 없는 기르기스어다. 그나마 'hotel' 이라고 적힌 곳에 들어가 가격표를 보니, 내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이럴바에는 유심문제를 해결하고, 검색을 통해 숙소를 찾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내가 사용하는 mega com 광고지가 붙어있는 상점에 들어갔다. 인터넷이 안되는 이유가 잔액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충전할 생각이었다. 유심과 함께 100솜을 주인에게 주니, 옆에 있는 기계를 가리킨다.
이걸 사용하라는 것 같은데, 화면에는 모두 키르기스어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 외국인인걸 알아챈 그녀는 직접 기계를 조작하여 도와주었다.
사용방법은 대략 이랬다.
먼저 통신사를 고르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충전할 지폐를 집어 넣으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영수증이 나온다. 100 솜을 넣었는데, 95솜이 찍힌 걸 보면, 5솜은 수수료 인듯 하다. 곧이어 충전되었다는 문자메세지가 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인터넷이 안됐다는 것.
주인에게 문제 증상을 몸짓으로 설명했지만, 그녀 역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다른 손님이 들어왔고, 주인과 한참을 얘기했다. 그녀는 문제의 원인을 아는 것 같았고, 그녀가 뭔가 설정을 건드리자, 거짓말처럼 인터넷 연결을 뜻하는 'H' 이모티콘이 떴다.
그녀에게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화가 어려웠다.

나중에 휴대폰 히스토리를 보고 짐작한 것은, APN(access point name) 정보가 지워졌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이 안되었고, 이를 복구해서 해결한 것이었다.
해결한 방법은 '321' 번으로 'GPRS' 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나니 핸드폰이 재부팅되었고, 설정이 복구되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졌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숙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거리 상으로나 가격 면에서 그나마 괜찮은 한 곳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출발했다. 오늘의 길고긴 여행이 이렇게 끝나는 가 싶었다.

하지만.

구글맵 상에서 숙소위치로 표시된 곳에 도착했으나, 숙소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나와있는 주소를 가지고 찾을 수 밖에' 택시기사나 상점 주인에게 물어봤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다.
숙소로 전화를 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연결이 되었지만,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찾는 수밖에는 없다.' 거리는 찾았고, 번지수만 찾으면 된다.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다니며 일일이 대문 옆에 붙어있는 숫자를 확인했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여러번, 드디어 찾았다. 그런데, 아무런 간판도 없는 일반 가정집이다. 일단 벨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어쨌든 제대로 찾아오긴 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체크인을 하니 오후 9시가 넘었다. 정말로 긴 하루였다. 이곳에서 며칠 간 푹 쉬어야 겠다.



<길에서 이런 곳을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48.294 km
누적 거리 : 15794.53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