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 아니 네팔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목적은 아마도 트레킹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수월하다고 알려진, 퍼밋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캠프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포카라에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여행 시작 전, 국내에서 이미 네팔 가이드북을 탐독하고 오신 어머니는 트레킹에 대한 기대를 하고 계셔서, 왠만한 이곳의 지형이나 지물을 알고 계셨다.

또한 1박 2일 코스로 페디 → 담푸스 → 오스트레일리아 캠프(1박) → 사랑곳 → 포카라 루트를 생각하고 계셨다.

하지만, 어머니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장시간의 트레킹보다는 될 수 있으면,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힘들이지 않고 하루 안에 다녀오길 바라셨다.
이렇다보니,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고, 결국

하루 안에 포카라에서 페디까지 버스나 택시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도착하여, 담푸스 또는 오스트레일리아 캠프(시간이 남는다면)를 갔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오무렵에는 덥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집을 나섰다. 먼저 페디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하리촉 근처의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의 사람들에게 물어 정차되어 있는 페디까지 가는 버스를 찾았다. 하지만, 출발까지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다른 버스가 있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버스는 이미 만석이었다.
결국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우리처럼 페디까지 가려던 불가리아 커플이 다가와 택시기사와 흥정을 했는데 5명이면 한사람에 150 루피에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버스비가 인당 100루피였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 '오케이' 했다. 나는 처음 5명이 탈 수 있는 밴 택시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택시 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가리킨 것은 티코보다 조금 큰 소형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4명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5명은 무리처럼 보였다.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 커플은 뒷좌석에 남자가 여자를 무릎위에 앉혀 놓고 탔고, 그리고 나와 어머니가 탔다. 앞 좌석에서는 아버지가 탔다. 어찌되었던, 그렇게 5명이 타는 데 성공했다.
불가리아 커플은 ABC 트레킹을 간다고 했다. 내가 불가리아를 갈거라고 했더니, 여러 곳을 추천해주었다. 집시를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간에 가다가 차가 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무사히 페디까지 도착했다.
택시가 내려준 곳에서 도로를 건너 맞은 편에 담푸스와 ABC 그리고 화살표가 그려진 곳이 보였다. 그리고 계단이 쭉 이어졌다.

페디부터 담푸스 까지는 꽤 가파른 계단들이 이어져 있다.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 가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무척 힘들어 하셨다. 우리는 늦더라도, 페이스에 맞춰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출발했다.
올라가면서, 포터와 함께 내려오는 여행자들을 다수 만났다. 오솔길을 따라난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농촌 마을이 이어졌다.
그렇게 올라가기를 3시간 남짓, 담푸스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았다. 꽤 넓은 비포장 도로가 나왔고, 이곳까지 차량이동이 가능해보였다.

정오를 넘은 시간.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캠프까지 가는 대신,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페디와 저 멀리 포카라 시내의 모습도 정말 멋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구름에 가려 설산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비, 심지어 우박까지 떨어졌다. 식당 주인 아저씨는 안에서 기다렸다가 비가 그치면 내려가라고 했다.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할 정도의 비바람이 한동안 몰아쳤다. 어느정도 잦아 들었을 때, 식당 밖을 나와보니, 아까전에는 보이지 않던 설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구름이 거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비구름이 완전히 거치면서, 설산이 쫘~악하고 나타났으면 좋았겠지만, 일부분만 보일 뿐,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아쉽긴 했지만, 일부분이라도 본 것을 위안삼았다.
그 후로 비가 오다말다를 반복했다. 우리는 준비해온 우비를 입고, 페디쪽으로 하산했다. 내려갈 때는 올라왔을 때의 계단이 아닌, 차량이 다니는 길로 내려갔다.

페디에 내려가서 하리촉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빗물이 새는 버스였지만, 차장의 요란한 제스처를 부모님은 재밌어 하셨다. 아마도 옛날 생각이 나셨나보다.

하리촉에 도착해서는 집 근처인 제로포인트까지 택시를 탄 뒤, 걸어서 집에 왔다.
이렇게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여행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ABC 를 등정하고 싶다.

내일은 하루 쉬고, 마지막 날은 기념품과 선물을 사는 등 귀국 준비를 할 것이다.

<물 공급이 수월치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곳곳에 방향표시가 되어있다>







<목적지인, 담푸스에 도착>






<근처 식당에서 점심>







<저녁은 파스타>

<옥상에서 본 설산>

<옥상에서 본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