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전거를 타지 않고 MRT 를 타고 다녔다.
처음 이용해보는 터라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노선이 많지 않아 서울 지하철보다도 이용하기 쉬웠다. MRT 요금은 기본이 20元 인데 거리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나는 이틀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2 Day Pass 를 구입했다. 루트는 아래와 같다.

<2 Day Pass>

<Shandao Temple 역, 담배를 피거나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

101 빌딩 → 에스리트 서점 → 국립 중정 기념당 → 룽나이탕 온천 → 스린 야시장

원래는 가장 먼저 국제 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글을 보고서 내일(월) 가기로 했다.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의 주인공이었던 계륜미>


<101 Tower>

첫번째 방문지인 101 빌딩. 우리나라 63 빌딩과는 달리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이라 시내가 차 없이 한산했다. 근처 MRT 역으로부터 좀 떨어져 있는데도 워낙 높다보니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이따금씩 빗방울이 떨어져 조금 아쉬웠다. 101 빌딩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오늘 같은 날씨에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될 것 같지 않아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2위로 밀려나 있다. 건물을 보면 한눈에 대만이 연상될 정도로 대만을 상징하는 문양이 건물에 새겨져 있다.

다음은 에스리트 서점에 들렀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곳에 가면 꼭 서점을 들리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101 빌딩 근처에 있어 찾기 쉬웠다.
이 서점이 대만에서 가장 큰 곳인지는 모르겠다. 큰 건물의 2,3 층에 걸쳐 있었다.
다음은 서점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 몇가지를 적은 것이다.

1. 잡지의 종류가 무척 많다

분명 모두 대만에서 직접 발행되는 잡지들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잡지들까지 수입해서 진열해 놓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교보문고의 잡지코너보다 훨씬 다양하고 규모가 컸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잡지만을 진열한 코너도 있었다. 대부분 패션 잡지들이었지만.

2. 일본 관련 서적이 많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까? 아니면 관심이 많아서 일까? 일본의 문화, 소설, 언어, 만화등 각 분류 별로 꽤 넓은 공간을 할애하여 진열해두고 있었다.

3. 번역된 최신 IT 서적이 많다

전직은 못 속인다고 IT 관련 코너에 가봤다.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안된 책들이 여러권 번역되어 나와 있었다. 특히 커널 관련된 서적들(WROX 나 O`Reilly 책)이 그랬다. 심지어 커널 API 를 하나씩 일일이 설명해놓은 레퍼런스류의 책도 봤다.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다.
전체적인 IT 관련 서적의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의 서적들(QT, Python 등)이 최신판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4. 책 값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쌌다.

<꽤나 유명한 조류인가보다 저렇게 많은 장비가 출동한 걸 보면>


<국립 중정 기념당>

<장제스 동상>

세번째로 방문한 곳은 국립 중정 기념관이다. MRT 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찾기 쉬웠다. 중정 기념관 안에는 장제스의 좌상이 놓여져 있다. 들어갔을 때 운좋게 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3주 가까이 대만을 여행하면서 장제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방마다 또는 학교나 시설물에서도 장제스의 동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현대식 건물과 옛날식 건물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치엔시탕(위), 룽나이탕(아래)>

다음은 룽나이탕 온천에 갔다. 신베이터우는 타이페이 근교에 있는 도시로 온천이 유명하다. 이곳엔 룽나이탕 말고도 온천 박물관, 온천을 겸한 숙박시설, 노천탕들이 모여 있다.
처음에는 타이페이 시에서 운영하는 치엔시탕에 가려고 했었는데, 남녀 공용인 관계로 수영복이 필요했다. 수영복이 없었던 나는 두번째로 저렴한 룽나이탕으로 결정했다. 참고로 이곳은 남여탕이 구분되어 수영복이 필요없다. 가이드 북에서는 이곳이 약 100 여년 전에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표를 끊고 들어가자 이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고 아마 100 여년 전에도 지금과 동일한 시설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오래되 보였다. 벽을 사이에 두고 남탕과 여탕이 있었는데, 여탕에서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다.
탕은 2개였는데, 뜨거운 탕과 아주 뜨거운 탕. 별도의 탈의실도 없고 들어가서 탈의하고 옷을 사물함(열쇠가 없고 신발장 같은)에 넣으면 된다.
다음은 내가 경험한 대만에서 온천을 즐기는 순서.

1. 찬물로 몸을 씻는다. 참고로 룽나이탕은 샤워기에서 찬물만 나왔다.
2. 수건과 바가지를 가지고 탕 쪽으로 가서 물을 받는다. 수건을 물에 적시고 물을 몸에 끼얹는다. 이때 대략 탕의 온도를 알 수 있다.
3. 탕에 들어간다. 수건은 몸에 걸치거나 탕 밖에 놓아둔다.
4. 탕에서 나와 샤워기로 씻는다. 이때 비누칠이나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5. 옷을 입고 나온다.

탕에는 젊은 사람보다 어르신들이 많았다. 두개의 탕 중에서 뜨거운 쪽으로 들어갔는데, 아주 뜨거운 쪽에서 물을 계속해서 틀어놓는 바람에 물이 넘쳐 뜨거운 탕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결국 두 곳 모두 아주 뜨거운 탕이 되버렸다. 대만 사람들은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걸까? 더운 날씨 탓은 아닐까?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인 스린 야시장에 갔다.

타이페이의 가장 대표적인 야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문을 연 곳도 있고 장사를 준비 중인 곳도 있었다. 마치 우리의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을 합쳐 놓은 듯, 먹을거리, 입을 거리 등을 팔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노점상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면 나도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을 정도면 맛은 어느정도 보장된 셈이니 실패할 확율은 거의 없다.

먹거리로 유명한 야시장에 왔으니 그동안 못 먹어봤던 것들을 먹어보기로 했다.

1. 전주나이차

홍차에 밀크티를 섞고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데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쫄깃쫄깃 씹히는 타피오 열매다. 너무 맛있어서 야시장에서만 2잔이나 사먹었다.

2. 만두(?)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고, 이 역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길래 무작정 사서 먹어봤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즉석 튀김만두인데 만두 속에 들어간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입맛에 맞았다.

3. 해물계란 부침(?)

역시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겉보기에는 계란말이와 비슷한데 해물을 넣은 점과 위에 특유의 소스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타코야끼 위에 뿌리는 소스를 뿌렸는데 맛있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사람들의 일정한 패턴을 보게 된다. 한손에는 차나 커피를 든 컵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구입한 음식을 들고 먹으면서 걸어다닌다. 여기서는 먹으면서 다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PS. 오늘 사진을 찍고 나니 촬영가능한 사진이 90 장이었다. 이번 여행에 총 42GB(32+4+4+2)를 가져와서 나름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실상 그렇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GPS 에 껴놓은 32GB 메모리를 비상용으로라도 사용해야 겠다. 앞으로 메모리를 더 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저장매체에 백업을 하고 재 촬영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PS2. 이번 여행에서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연 방풍자켓이다. 다음 여행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비비 렌치, 가벼운 카메라, 빨래걸이, 잘 마르는 옷, 노트북이다.

[로그 정보]

거리 : 41.78 km

시간 : 9시간 54분 11초 (2012-03-11 00:56:43 ~ 2012-03-12 00:27:07)

평균 속도 : 4.22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