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꽤 많은 비였다. 걱정스러웠다.

'아침에는 그치겠지'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다행히 아침이 되면서 비는 그쳤다.

오늘의 루트는 타이페이의 북서쪽의 해안으로가서 이후, 본격적인 일주 라이딩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강처럼 대만도 수도 타이페이를 가로지르는 강(단쉐이 강, 키룽 강)이 있다. 이 강들을 사이에 두고 둔치에는 한강 고수부지처럼, 운동시설과 자전거 도로가 나있다.
북서쪽 해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쉐이 강을 건너야 한다. 이후 해안까지 가는 길은 자전거 도로만으로도 갈 수 있어 수월했다.


<단쉐이강 둔치, 자전거도로가 쭉 뻗어 있다>

그러던 중 안장 뒤를 봤는데, 뭔가 허전했다.
바로 휠셋가방이 없어진 것이다. 안장 가방에 케이블타이로 묶어 두었는데 아마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진 것 같다.
찾아야 했다. 출국할 때 비행기 수화물로 보내기 위해서는 자전거 크기에 꼭 맞는 휠셋 가방이 필요했기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결국 처음 출발했던 타이페이 호스텔까지 되돌아 오게 되었다.

휠셋가방 찾는 일을 포기하고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주춤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T-Bag 과 안장에 레인 커버를 씌우고 출발했다. 비는 점점더 강해져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몇시간을 달린 후, 처음 되돌아 갔던 길에 도착했다.

북서쪽 해안에 다다르자, 드디어 바다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

대만에서 라이딩을 하면서 부러운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자전거 도로와 이와 관련한 편의시설이다. 엄연한 국도임에도 이륜차(오토바이/자전거) 차선을 따로 분리해 놓았다. 때로는 중앙분리대를 설치해서 자동차 도로와 분리를 시켜 놓았다. 또한 중간중간 갈림길에서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표시판을 비치해두었다.

두번째는 건널목에서 이륜차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동차보다 앞서서 말이다.

세번째는 건널목을 건너는 신호 시간이 길다. 60초는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신호 시간을 숫자로 카운트하여 보여준다. 남은 시간을 알 수 있어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공동묘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만의 묘지는 화려하다>

본격적인 해안 라이딩을 하면서 제대로된 식당을 거의 보지 못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배도 고파지면서 체력이 떨어져갔다.
오후 4시 쯤, 식당과 숙소를 찾기위해 남쪽 라이딩을 접고 우회를 했다.

작은 도시였는데,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때가 오후 5시 정도였다. 이제 숙소를 잡아야 했는데,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숙소처럼 보이는 간판(Hotel 또는 Motel)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한자로 적힌게 아닐까 싶어 찾아봤지만 이 역시 없었다.

고민 끝에 근처 경찰서에 들어가 물어보기로 했다. 근처 숙소의 위치를 물어봤더니 5분 정도 기다리란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구글지도를 프린터로 출력하여 내게 위치를 일러주었다. 또한 자기가 오토바이로 앞장설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약 5 Km 정도를 가서 Motel 이라고 적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영어가 가능한 사람과 통화하게 해주어 저렴한 가격에 방을 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짧은 영어로 고마움을 표시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모텔 치고는 시설이 정말 좋았다>

PS. 씻고 나서 내일의 루트를 확인해봤는데, 가이드 책이나 유스호스텔 지도에 나온 숙소가 없었다.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오늘처럼 잘 되겠지. 그나저나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로그 정보]

거리 : 106.41 km

시간 : 8시간 7분 48초 (2012-02-23 10:36:59 ~ 2012-02-23 19:36:18)

평균 속도 : 13.09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