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묵었던 곳이 Caoling 이라는 것을 호텔 브로셔를 보고서 알았다. 사실 계획했던 목적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침을 어제 저녁에 사온 컵라면과 초코파이(아마도 짝퉁인 듯)로 때웠다.

창문을 열어보니 산 전체가 안개로 자욱했다. 부슬비도 내리고 있었다. 레인커버를 씌우고 출발했다.
지금 있는 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지아이에 가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 꽤 먼거리를 달려야 한다.

어제의 실수를 되짚어 보면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GPS 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갔다.
아직 지도 상으로는 아리샨과 근접한 지역이라 업힐과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었다.
고도는 어느새 1000 미터를 넘어 있었다.

루트는 최대한 지도에 나와 있는 지름길로 가기보다는 돌아가더라도 큰 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점심무렵 지도에 표시된 대로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가 없어졌다. 앞에는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로 도로가 무너져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대신 옆으로 편도 1차선 길이 하나보였다. 처음에는 이 길이 공사 구간을 우회하는 길로 알고 따라갔다. 계속 내리막으로 이어졌는데 GPS 지도 상에는 표시되지 않은 길이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약 1 Km 정도를 내려오고나서야 이 길이 아니다 싶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내려온 길로 끌바를 시작했다.

한시간이 못되 처음 길이 끊어진 공사현장으로 돌아왔다. 공사현장을 바라다봤다.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 이상 앞으로는 갈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왔다.

그때 가파른 오르막 길 하나가 보였다. 길 한쪽 벽에는 한자로 뭔가가 쓰여져 있었는데, GPS 지도에서 지명을 찾아보았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이었다. 공사구간을 우회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길을 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산길도로를 지나면서 공사구간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산세가 험하고 고도가 높다보니 비가 많이 오면 산 위에서 돌이나 흙이 자주 쓸려내려오는 탓 일 게다.

산의 날씨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끼면서 비가 오다가도 순식간에 해가 뜨고 바람이 분다. 특히 안개는 불과 2 ~3 미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짙다.

가도가도 끝없는 업힐과 비포장도로. 산은 마치 미로 같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산을 빠져 나가야 했다.

오후 3시.
오전부터 달렸음에도 도착지까지는 겨우 5 Km 정도 밖에 근접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진흙탕 투성이의 공사구간을 지날 때는 자전거와 신발이 진흙범벅이 되었다.

지아이에 가까워오면서 고대하던 다운힐이 펼쳐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 다운힐이 그렇듯, 8자 도로의 연속이었다. 안개와 더불어 물기를 머금은 도로는 코너링을 어렵게 했다. 거의 브레이크를 잡다시피해서 내려왔다. 내려왔을 때는 한동안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아이에 다다르자 신호등이 보이기 시작했고 친숙한 이륜차 정지선도 보였다(참으로 반가웠다).
지아이에 도착해서 가이드 책에 나와 있는 숙소를 찾았다. 체크인을 하고 서둘러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지아이의 거리에는 특히 브랜드 매장이 많이 보였다.

오늘도 사람이 가장 많이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우육면을 시켜 먹었다. 같은 음식이었지만, 타이충에서 먹은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었다.
타이충에서 먹었던 노점상 식당에 가기 위해 근처 시장을 찾아갔다(아무래도 이런 곳은 시장에 몰려있다).
남대문 시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한국 간판을 내걸고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도 봤다. 또한 '동대문' 이란 한글 간판을 내건 옷가게도 보았다.

이것도 한류의 영향 탓일까? 이곳에 불황은 없어보였다.

[로그 정보]

거리 : 77.78 km

시간 : 7시간 56분 44초 (2012-02-27 10:40:53 ~ 2012-02-27 19:15:49)

평균 속도 : 9.79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