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에 타지키스탄에 들어가야 한다. 일찍 출발하기위해 최대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언덕을 넘자마자 국경사무소로 보이는 건물이 나타났다.

처음 입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짐검사없이 출국도장을 받았다. 사무소를 나오면서 타지키스탄 국경사무소까지의 거리를 물었다.

“아주 가까워. 10분 정도 걸릴거야”

10분이라는 건 산길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4륜 구동 차량을 타고 갔을 때의 시간일 것이다. 오르막, 비포장, 무동력 같은 조건들을 붙인다면, 소요시간은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다.
실제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자주 겪는데, 현지인들이 말하는 거리와 시간은 그리 믿을 만한게 못 된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물어야한다면, 차량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20분 정도를 올라가자, 멀리 집 몇 채가 보였다.

'국경인가? 이렇게 가까울리가 없는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식당이었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궁금증이 일어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곳은 키르기스스탄 땅인가요? 타지키스탄 땅인가요?'
'키르기스스탄 땅이오'

내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이곳은 어떤 나라의 땅도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을 출국했고, 아직 타지키스탄을 입국하지 않은 상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하고 묻는다면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다.

얼마 더 가니, 산양의 조각상과 타지키스탄 영토 모양의 조형물이 나왔다.

'여기서부터가 타지키스탄인가?'

정오무렵 제법 국경사무소 같아보이는 건물이 나왔다. 나보다 앞서갔던 차량들이 서있는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여권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서류작성 후, 제출하니 도장 쾅!

별다른 짐검사는 없었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타지키스탄에 들어왔다. 가장 가까운 마을인 Karakul 까지는 약 50km 를 더 가야한다.

도중 반대편에서 오는 중년의 자전거여행자를 만났다. 처음에는 일본사람 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한국사람이었다.

명함을 한장 주셨는데, '행차' 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여행자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오늘 왔던 길을 떠올려보니,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이분의 여정이 빠듯해보여 앞으로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주는 것으로,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몇 시간을 달려 멀리 카라쿨 호수가 나타났다. 뒷쪽에서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짧은 시간동안 장대비를 뿌리고 사라졌다. 미쳐 피할 새도 없이(비를 피할 곳이 없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날씨가 바뀌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가 비치고 있다가도, 먹구름이 만들어지고 비를 뿌린다.
주변 풍경들과 어울려서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호수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카라쿨에 도착했다. 집들은 있는데, 정작 주민들은 볼 수 없었다.
식당이 있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Homestay' 라는 간판이 보였지만, 정확히 어느 집이 숙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벽의 페인트 칠이 벗겨진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람을 막아줄 벽이 있는 공터에 텐트를 쳤다. 만년설이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는 푸른 빛을 띄었다. 마지막 부식으로 저녁으로 먹었다. 내일은 상점을 찾아야 한다.

<멀리 보이는 집들. 식당이었다>

<식당을 지나며>



<타지키스탄 지도모양의 조형물. 여기서부터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 국경사무소>

<관광객들을 실은 차량들이 서있다>






<무슨 뜻일까?>

<길의 왼편으로 철조망이 이어졌다>





<물 웅덩이에 주변에 있는 하얀 물질. 소금이다>








<한국인 여행자, 행차님>


<멀리 카라쿨 호수가 보인다>



<카라쿨. 주민들을 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본 간판>




<식수가 떨어져, 카라쿨 호수의 물을 정수해서 마셨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58.686 km
누적 거리 : 17001.68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