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근처에는 유난히 흑인들이 많다. 아마도 이곳에 일하러 온 사람들로 보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유난히 날씨가 맑다. 가이드 북에 소개된 찬타부리 시내의 몇몇 곳을 둘러볼 것이다.
먼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공원. 하루 중 가장 더운 정오라서 그런지 일요일임에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호수가 있고 중간에 섬처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 있다. 조각상 앞에 놓여진 동물모양의 조형물이 특이하다. 개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태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성당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보석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찬타부리는 보석으로 유명하단다. 근처에 루비와 사파이어 광산이 있기 때문인데, 이곳에서는 세공된 보석도 팔지만, 주로 원석을 판다. 이를 사려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중동에서 온 듯한)들이 많이 보였다.
성당을 가기 위해서는 찬타부리 강을 건너야 한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왔는지, 물이 다리 바로 밑까지 불어나 있었다. 강의 양쪽에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마치 수상가옥을 연상케 했다.
성당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볼 수 있는데, 오래된 만큼, 화려하다기보다는 수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였다.
성당은 정해진 시간만 외부인에게 개방했는데,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출입이 가능했다.
베트남에서 봤던 성당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본당 말고도 옆에 부속건물들이 더 있었다.
한참 성당을 둘러보고나서, 찬타부리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강을 따라 이어진, 차 한대정도만 통행이 가능한 골목길 사이로 고택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이곳이 나름 유명한 곳인지 곳곳에 명소의 이름과 거리를 표시한 표지판과 집의 역사를 나타내는 사진과 글이 벽에 붙어 있었다.
지금이 비수기라 그렇지 성수기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올 듯 싶다.
돌아오는 길에 성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무척 화려한, 불상 주위에 마치 보석을 박은 것 같은, 사실 색유리지만)의 불교사원을 찾았다.
이후 재래시장을 들렀는데, 이곳에서 놀란 점 두가지.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봤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 장기체류를 많이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까.
<공중전화 박스와 우체통>
<집집마다 벽에 숫자(아마도 주소인듯)와 그림이 걸려있다>
<공원에서 본 온갖 동물들의 조형물. 무슨 뜻일지 궁금했다>
PS. 태국을 다니며 느낀 점 한가지는 벤치(쉴 곳)가 많다는 점이다. 길을 가다가도 상점 앞이나 상점과 상점 사이에 벤치가 있다. 그리고 길거리가 쓰레기 없이 깨끗하다.
PS2. 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 드물게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만의 문화나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찬타부리 강 주변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과 사이사이의 골목길들이 그랬다. 태국에 들어와서 처음 도착한 이곳이 이정도니, 앞으로 갈 다른 곳들도 많이 기대가 된다.
PS3. 숙소에 돌아와, 왕과 나(Anna and the king) 라는 영화를 봤다. 태국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영화라는 소문(?)을 듣고. 이 영화는 원래 1950년대에 만들어졌고, 이후 최근에 리메이크한 작품이 개봉했다고 한다.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최근작을 보고 싶었지만, 구글 스토어에는 1950년대 원작만 등록되어 있었다. 어딘가에서 듣기로는 주윤발의 태국 입국이 금지되었다고 하던데,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율브린너가 사이암 제국의 왕으로 나온 원작 또한 훌륭했다. 그때 당시 서양과 태국과의 관계 그리고, 태국에서의 왕의 권위, 영향력등을 잘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거쳐온 중국(시진핑), 베트남(호치민), 캄보디아(현재 총리), 그리고 태국(국왕).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이라면 여행하면서, 그나라 도로의 표지판에서 자주 등장하던 인물들이었다는 것. 지폐 및 동전 뿐만아니라, 거리 곳곳에 가게나 집안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
물론 등장하는 빈도수로 치자면, 중국 < 베트남 < 캄보디아 < 태국 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