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알람을 맞춰놨지만, 무의식적으로 알람을 끄고 계속 잤다. 일어나 보니 7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체크아웃을 했다.

주인 아저씨는 아침부터 빨래를 하느라 땀이 범벅이다. 열쇠를 건내주니, 혹시 빼놓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보란다. 끝까지 친절하시다.

“왜 이곳의 평점이 높은지 알것 같아요”

아저씨는 따로 종업원을 쓰지 않고, 직접 운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딱 방 10개만 한다고.
다른 숙박업소와는 달리 손님들과 직접 대화를 하신다고. 문득 호이안에서 묵었던 숙박 주인아저씨가 생각났다. 두분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았다.

“독일에 있는 부모님이 그립지 않으세요”
“독일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돌아가셨지. 독일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15년 전이야”
“근데 왜 태국에서만 29년이나 사신 거에요?”

“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다녀봤는데, 이곳이 가장 좋았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돈이 가장 우선시 여기지만, 여긴 그렇지 않거든. 또한 친절하기도 하고”
“독일은요?”

“독일은 정부가 개개인에 대해 너무 간섭을 심하게 해, 돈을 벌면, tax 가 70% 지, 그리고 등등”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지금이 좋아”

어제 체크인을 하러 아저씨 집에 들어갔을 때, 아저씨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놓은 집안을 볼 수 있었다.

“부인은 치양마이에 가서 오늘 돌아올거야”

태국인 부인과 결혼하셨다고 했다.

“혹시라도 여행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태국어를 할 수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아저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인사를 드리곤 숙소를 나왔다.
아저씨의 숙소는 유명한 관광지나 도시에 있지 않다. 주변에 대형마트, 하다못해 슈퍼마켓도 없다. 가려면, 1km 정도를 가야 한다.

비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헬맷을 쓰면 답답함이 더해졌다.

어제 설치했던 고프로 화각은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마에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가 무척 따가웠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버프를 머리에 쓰기로 한 것. 물을 적시니, 시원하고 괜찮았다.

오후에 접어들면서부터 어제처럼 왼쪽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자주 쉬어갔다.
목적지를 20 여 킬로미터 앞두고,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라서 오래 내리지는 않았다. 얼마 못가서 차들이 서행하더니 급기하 거의 서다 시피했다. 앞을 보니, 한쪽 차선이 물로 뒤덮힌 것이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도 않았는데, 물이 그만큼 차다니.
길에 배수구가 없어 물이 차오른 것이다. 처음에는 한쪽 차선만 그러다가 더 가니 양쪽차선이 물로 가득찼다. 그야말로 물바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갔다. 이런 상황인데도, 통제하는 사람이나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5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수영장까지 딸려있는 아파트다. 하지만, 수영복이 없어 패쓰. 저녁 장을 보러 나갔다가,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놀랐다. 더이상 찬타부리를 생각하면 안되겠다.



<도로위의 코끼리. 여지껏 보지 못했다>

PS. 태국은 도로에서 경적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는데, 대신 자동차 엔진 소리가 엄청나게 크다. 휴대폰 음악소리가 안들릴 정도다.

PS2. 방콕으로 가까워질 수록 차량이 많아짐을 느낀다. 특히 오늘 정말 많은 차량이 나를 지나쳐 갔다. 내일은 더하겠지.

PS3. 방콕에 묵기로 찜해놨던 숙소가 예약하려고 보니, sold out 이다. 근처의 다른 곳은 방이 있는데, 이곳만 없다. 가격도 저렴하고, 지리적 위치도 좋았으며, 평점도 괜찮았던 곳이었는데. 할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봤다. 대도시에서 숙소를 잡는 나 나름의 원칙은 도시의 중심지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잡는다는 거다. 물론 거리가 멀수록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있지만, 복잡한 시내 중심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거리가 좀 떨어진 곳으로 잡아, 대중 교통을 이용해 중심지로 가는 방법으로 여행해왔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07.231 km
누적 거리 : 8278.44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