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도보여행한 기록을 적었다. 지도 상으로만 봐도 거리가 상당하다. 저자는 1962년생으로 여행 당시 나이는 50대 후반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저자가 전체 구간을 도보로 여행한 것은 아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한번에 여행을 마친 것도 아니었다. 이 책을 여행기로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제목처럼 저자가 생각하는 걷기,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생각하는 걷기에 대한 생각들이 더 많았다. 또 정신적인 면보다는 '어떤 걸음걸이가 더 올바른가? 신발은 어떤 것이 더 좋은가?' 같은 육체적인 면이 더 많았다.
이 책을 통해 크기가 넉넉한 신발을 신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샌들이 꽤나 괜찮은 신발이라는 사실도.
유럽에는 내가 걸었던 산티아고로 향하는 프랑스길 말고도 여러개의 순례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 걷기여행을 꼭 다시 해보고 싶다.

마음에 드는 구절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고 영역을 구분하고, 사람들은 갑자기 최초의 인류가 우리의 도로와 벽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이 대략 만 년 전에 인류가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갑자기 사유지가 생기자 이 영역을 지키기위해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집을 지었고, 다른 집보다 자기 집이 크기 때문에 주거공간을 공유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부동산을 소유하며 어딘가로 옮길 수도 없는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앉아있다. 내 생각에는 앉아 있기 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어느 날 유유히 떠나는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것 같았다. 질투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사람봐, 어떻게 저렇게 쉽게 떠날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마음 가는대로 실행할 수 있지? 이른바 방랑벽을 가진 사람의 대답을 들어보면 둘 중 하나다. 떠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아니면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

오늘날에도 너무 빠른 속도를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민족들이 있다. 파푸아뉴기니 섬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카파우쿠족은 이틀 연속 일을 하면 큰일 나는 줄로 생각한다. 알제리 북부에 사는 카바일족은 서두르는 것을 '품위가 없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시계는 '악마의 수레바퀴'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시계를 찾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시계를 빼놓고 다녔다고 했다. 나의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었다.

많은 이들이 책을 너무 많이 읽는다. 독서가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 믿는다. “어쩌면 치유상담이 인생을 보상해준다고 믿는지도 몰라요.” 의사 선생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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