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여행작가로 한비야씨와 김남희씨가 있다면, 외국에는 이책의 저자 빌브라이슨이 있다.
솔직히 저자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책과 발칙한 유럽산책이라는 책을 봤었는데, 완독한 것은 이책 뿐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내용은 뭐랄까.
미국 코미디를 우리나라 사람이 보면 웃길까? 그만큼 유머라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문화, 생활방식등이 서로 이해되어야 함을 밑바탕으로 한다.
처음에는 저자의 글귀가 이해가 잘 안갔다. 아마도 내가 미국 또는 영국사람이었다면 배꼽을 잡고 웃었겠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저자의 그러한 패턴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그 이후에는 책장을 넘기면서 그의 유머(위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줄거리는 저자가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3360 킬로미터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이다. 트레킹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알게된 오랜된 친구 카츠와 함께 한다.
재밌고 유익한 여행서적이 그렇듯 저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얽힌 여러가지 얘기들을 중간중간에 소개한다. 또한 미국 삼림청에 대한 냉소적 의견을 위트있게 표현했다. 저자는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숲이 점차 사라지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특히 미국 정부 기관들에 대해 심도있는 비판을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미국의 자연 보호 노력은 선진국 수준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올레길, 둘레길 등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분명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긴 하나, 없는 길을 새로 만들기보다 지금 현재 있는 것을 잘 보존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와 카츠는 첫날에는 매우 힘든 산행을 했지만, 날이 거듭되면서 진정한(?) 산사람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애팔래치아 트레일 걷다가, 돌연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기로 한다. 이유는 휴개소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으며,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은 그들의 여행 경로를 바꾸게 할만큼 컸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책은 내가 지금껏 읽었던 여행 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 저자가 중년의 남성이라는 것(게다가 결혼하고 자녀까지 둔), 전업 여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저자와 카츠는 각자의 다른 직업이 있었다).
이책을 완독하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저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하지 못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트레일의 일부 구간을 걸었을 뿐이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여행서적의 저자들은 모두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다다랐다.
몇달 뒤, 카츠와 여행하기 전까지 저자는 집에서 차를 타고 트레일의 구간까지 가서 트레킹 후에 다시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식의 여행을 했다. 나로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수긍이 갔다.
책은 저자가 처음 목표로 했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하지 못한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저자도 기술했지만, 완주했고 못했고는 중요하지 않다.
저자가 여행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새로운!)을 달성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어찌보면 이런 식의 결말이 지금까지는 여행기의 주인공들이 우리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있었는데, 옆집아저씨 같은 저자도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했고, 또 그가 생각하는 완주를 한 사실을 보면서 앞으로의 나의 여행에서도 완주, 정복과 같은 외향적인 목표보다도 나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를 확실히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