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잡지의 신간소개 코너에서 발견하고서 메모를 해뒀던 책들 중 하나.
그 때만 해도 이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책을 읽고나서 얼마 뒤 영화를 봤는데, 예상대로 책이 훨씬 마음에 깊이 남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10 년대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의 집값 상승으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캠핑카(RV)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을 직접 따라다니면서 취재한 내용을 적었다. 이 사람들 중 다수는 중산층이었으며, 꽤나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문제(건강, 이혼, 사기등)로 인해 노마드 생활을 하게된 사람도 있었다.
영화와는 달리 책에서는 '린다' 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롤모델로 삼고 싶을 만큼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일정한 거주지 없이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좋아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삶이 당연히 비참하고 절망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대부분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노마드들끼리의 공동체 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생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들과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여러 사연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또다른 나도 있고, 어쩌면 나의 미래인 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또다른 방식을 알게되어 좋았다.
당신은 homeless(노숙자)인가요? 아뇨. 나는 houseless 입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homeless 는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정한 수동적인 상태라면, houseless 는 자신이 선택해서 결정한 능동적인 상태인 것이다.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하는 것. 삶의 마지막까지도.
Ps. 책,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백인들이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유색인종들이 더 많을 텐데. 배경이 미국이라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 경찰들의 대응수준을 보면, 노마드 생활을 할 수 있는 백인들은 오히려 축복받은 거라고 해야할까? 잠시 나도 미국에서 노마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가 바로 접게된 이유다.
Ps2. 집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이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니고, 내가 세상에 사는 동안 모든 것들(공기, 돈, 신체 등)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