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연히 알게되어 읽게된 책이다. 제목만 봐서는 100 마일(약 160 km)을 달려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도시남녀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라는 부제를 보고나서야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단어인 '로컬푸드', '지역음식' 이라는 한국어가 있음에도 굳이 왜 로컬푸드(local food)라고 표기하고 부르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교통과 무역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로컬푸드라는 개념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다. 거의 대부분 자급자족 또는 마을에서 열리는 시장에서나 식재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계절, 지형에 의존적이어서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겨울에 바나나, 수박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슈퍼마켓의 진열된 식재료들의 원산지를 보면 배나 비행기로 운송되어 온 것들이 많다.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방부제나 약품처리를 해야만 한다. 또한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발생도 무시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캐나다의 대도시에 살던 저자들은 어느날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고는 자신의 거주지로부터 100 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것들만 먹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한은 1년.

시작 하기 하루 전날, 이들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다. 근처의 상점에서 로컬푸드만을 선택해서 구입했고, 한끼를 준비 하는데만 130 달러가 들었다. 그리고 이내 든 생각은,

'아무래도 이번 프로젝트는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

3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겨울철에는 구할 수 있는 작물들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감자요리를 주로 먹어야 했다. 봄에 가까워지면서 색재료들은 다양해졌다. 저자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시장과 지역의 작은 농장들을 찾아다니며 품목들을 늘려나갔다.
그들의 주식인 빵을 만들기 위해 밀을 찾아나섰다. 그들이 사는 캐나다 서부해안에서 밀을 수확한 생산자를 발견하기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직접 농장을 방문하고 생산자를 만나면서 그들이 먹는 먹거리에 대한 신뢰와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어느덧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 내일부터 과연 그들은 무엇을 먹고 싶어했을까? 궁금해졌다.

'초콜라 시리얼, 냉동 팝피자?'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얘기지만, 확실히 그전과는 다른 식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나또한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 로컬푸드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너무나 당연하게도). 다행스럽게도 감자와 양파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급 가능한 작물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책 부록에 있는 '로컬푸드를 먹는 13가지 이유와 저자와 QnA 는 유익했다.

농민장터에서 만나는 지역 농산물은 대부분 수확한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충분히 익은 데다 신선하고 풍미가 가득하다. 수확한 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난 슈퍼마켓의 과일, 채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재배된 작물들은 장거리 운송이나 기계적인 대량 수확 방식이 필요없기 때문에 내구성보다는 맛을 기준으로 선택된 품종일 가능성이 높다. 100마일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우리가 먹은 음식들은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들 중 가장 훌륭했다.

오늘날 먹거리를 구입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이 토마토에 어떤 농약이 사용됐지? 저건 유전자 변형 옥수수인가? 저 닭은 놓아기른 것일까, 아니면 기업형 양계장에서 사육한 것일까?
로컬푸드를 먹으면 자신이 먹는 음식의 출처와 더욱 가까워지며, 실제로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도 있다. 각자가 믿을 만한 농부와 관계를 맺는다면, 혹시라도 의구심이 생길 때 농장에 달려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로컬푸드를 먹으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농민장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10배 더 많은 대화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체 텃밭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동네에서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을 만나 이웃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를 먹는다는 것은 곧 제철음식을 먹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체리가 여름과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겨울에도 호박수프나 팬케이크 같은 소박하고 편안한 제철음식들이 지구 저편에서 가져온 장거리 체리보다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돼지감자를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쇠비름이나 메추리알, 예르바 모라, 테이베리는 어떤가? 이것들은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로컬푸드를 먹으며 처음 맛본 음식들 가운데 일부만 언급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나는 꽃새우가 이름난 대하보다 훨씬 맛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이미 알던 음식에 대해서도 전보다 더 관심이 생겼다.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콩 종류가 몇이나 될까? 고작해야 서너 종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농작물의 종류가 급속도로 획일화되면서 2000개가 넘는 품종이 사라졌지만, 아직 300여개의 품종이 소규모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역 농장을 방문하는 일은 자신의 근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농장에 가는 길에는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많다.

아이오와 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로컬푸드를 먹을 경우 미국전역에서 운반해 온 음식을 먹는 일반적인 식단에 비해 석유 소비량이 17분의 1로 줄어든다. 전형적인 영국인의 식단을 로컬푸드로 준비할 경우, '푸드 마일' 이 66분의 1로 단축된다. 많은 지역 농민장터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저탄소농법으로 재배한 먹거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로컬푸드를 먹는 사람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흙에서 작물을 가꾸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일지 모른다. 지역 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면 소규모 가족 농장에 활기가 생기고, 더불어 지역경제가 튼튼해지며, 지역 공동체 문화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이 지역 먹거리 사업에 소비되는 금액 중 얼마가 지역 경제에 남고, 몇 번이나 재투자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소비할 때보다 두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0마일 다이어트가 살 빼는 방법으로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문제에 관해선 아직 진지하게 연구된 바가 없지만, 우리의 경험과 100마일 다이어트를 실천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부분 로컬푸드를 먹는 동안 살이 빠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전보다 채소는 더 많이 먹고 가공식품은 덜 먹게 되며 훨씬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된다. 영양 면에서 가장 훌륭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이전보다 더 많이 먹게된다. 농민 장터에서 재료를 구해 집에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 동안엔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와 친한 친구 한명은 친구들과 함께 밤새 잼을 만들거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피로기를 만드는 것이 캄캄한 곳에 웅크리고 앉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도 동의하는 바다. 친구나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위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한번 로컬푸드 먹기에 빠져들면, 어디를 가든 로컬푸드를 찾고 싶어진다. 우리는 멕시코 여행당시 화덕에 구운 옥수수와 고춧가루를 뿌린 새콤한 오렌지에 이끌려 리조트에 머무르지 않고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그 길 어딘가에서 허름한 식당을 만나 따뜻한 라임수프를 먹으며 말을 못 하는 마술사가 선보이는 묘기도 구경했다.

모든 음식과 요리는 성적 비유가 될 수 있다.

생각을 지역 중심으로 바꾸는 비교적 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00마일 반경은 큰 도시를 벗어날 만큼 먼 거리이면서도 지역 먹거리와 정말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게다가 '160킬로미터 다이어트'라고 하는 것보다 발음하기가 훨씬 쉽다.

우리는 아무런 준비없이 뛰어들어 꼬박 1년을 도전했기 때문에 어려웠다. 우리가 사는 곳은 캐나다 서부 해안지역이라서 밀을 재배하는 별난 농부를 찾기까지 무려 7개월이 걸렸다. 그전까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자를 많이 먹었다. 그렇게 힘들게 100마일 다이어트를 하면서 오늘날의 먹거리 체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완전한 100마일 식사 한 끼를 준비해 본 뒤, 목표로 삼을 거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100마일 다이어트는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각 계절의 특징도 알게되고,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디서 오는지, 우리 몸과 환경에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이 실험을 하다보면 어쩌다 우리가 종잇조각처럼 맛없는 사과와 석유 화학성분으로 뒤범벅된 케이크를 먹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게된다. 100마일 다이어트는 힘든 도전이었다. 하지만 좋았다. 진정한 모험이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로컬푸드를 좀 더 자주 먹는다면 이 세상이 좀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신념을 강요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절교를 선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1년 동안 가능한 한 짧은 거리를 이동해 가장 신선한 음식들만 먹었으며, 제철에 가장 잘 익었을 때 수확해서 바로 먹거나 저장식품으로 만들어 먹었다. 대부분 유기농이었으며, 산지에서 구한 것을 직접 손질해 먹었기 때문에 상자에 말끔히 포장된 것은 없었다. 로컬푸드 먹기를 1년 넘도록 지속하는 주된 이유는 건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로컬푸드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많이 알게 되면서 우리가 먹는 식단도 훨씬 더 흥미로워졌다. 농부들과 농민장터를 통해 전에는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음식과 맛을 접했다. 사계절의 특성을 알게 되었으며, 더욱 미세한 계절 차이도 발견하게 되었다. 구할 수 있는 먹거리는 늘 바뀐다.

식단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만 그랬다. 우리 현대인들은 대부분 겨울에 먹는 체리처럼 제철이 아닌 농산물이나 방부제가 잔뜩 들어간 스파게티 소스에 값비싼 대가를 지불한다. 이 실험을 하는 동안에는 신선한 제철 먹거리를 농부에게 직접 구입했으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살 때도 더러 있었다. 우리는 겨울 양식을 많이 저장해둔 덕분에 식료품점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 로컬푸드를 먹는 동안에도 식비엔 별반 차이가 없었다. 100마일 다이어트를 엄격하게 실천한 가정에서는 오히려 식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듣기도 했다.

솔직히 로컬푸드 공급처를 찾고,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고, 겨울을 나기 위해 병조림을 만드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친구와 베리 열매를 따거나 발효 빵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시간을 잘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의문을 갖게 된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자급자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보면 어떨까?

어느 지역에든 구하기 힘들거나 아예 구할 수 없는 먹거리가 있다. 우리는 7개월 동안 밀 없이 지냈다. 그러다 밀을 재배하는 농부를 찾았고 그 후로는 원 없이 먹었다. 놀라운 점은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고유의 곡물 재배 전통을 부활시켜야겠다고 인식한 농부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밀이 많다. 로컬푸드 먹기 실험이 지역사회의 먹거리 체계에 얼마나 빠르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그렇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약 90퍼센트가 지역에서 난 먹거리다. 올리브, 초콜릿, 맥주 같은 일부 장거리 기호식품을 집 안에 들여놓긴 했다.

최근에 뉴욕에 딱 하루 머물 일이 있었는데 한 끼를 100마일 식사로 해결했다. 북위 60도 지역과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완벽한 로컬푸드 먹기를 실천한 적도 있다. 더 쉽거나 더 어려운 지역이 있겠지만, 약간의 준비만 한다면 로컬푸드 먹기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당장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달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도해보고 싶은가? 100마일 다이어트에 도전하려면 한 가지 기본 규칙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먹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집에서 100마일 반경 이내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이 규칙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 다만 다음의 4가지 규칙을 더 보태면 그 도전이 훨씬 쉽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이 규칙들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미션에서 100마일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는 한 단체가 개발했다.

100마일 다이어트에 참여하고 있거나 지역에서 재배하고 생산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식당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다.

1. 여행을 떠나면 당신을 둘러싼 100마일 반경도 함께 움직인다. 다시말해 집에서 로컬푸드를 챙겨 가거나 여행지로부터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어디를 가든 '지역먹거리 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하라
2. 외지 음식을 먹기위한 목적으로 100마일 반경을 벗어난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3.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는 집에서 100마일 반경 이내에서 구할 수 없는 음식을 소량 가져와도 괜찮다. 또한 친구들이 집에 찾아올 때도 각자의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선물로 조금 가져와도 된다.

1.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자들이 집에서 먹는 음식은 반드시 로컬푸드로 만든 것이어야 하지만, 아래 조건에 부합하는 먹거리도 허용한다.
2.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는 로컬푸드로 인정한다. 다만 아주 적은 양의 첨가물은 예외로 한다. 이는 로컬푸드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자들처럼 엄격하지는 않은 생산자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음식 중엔 이스트를 써서 만든 와인이나 응고 효소를 첨가한 치즈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든 와인이나 다른 재료를 첨가해 만든 치즈, 지역산이 아닌 양념에 절인 육류는 제외한다.

1. 규칙을 어겨도 되는 몇가지 예외적인 상황이 있다. 예를 들면 축하파티라든가 아침식사로 팬케이크를 고집하는 삼촌과의 식사, 10주년 기념 파티를 위해 준비해 둔 와인등이다. 100마일 다이어트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지 관계를 깨기 위한 것이 아니다.
2.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런 예외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경우에는 경험을 한층 심화해 아예주변 사람들과 함께 100마일 공동체를 만들거나 100마일 공동체를 폭넓게 지원하는 새로운 도전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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