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다가 오랜만에 몰입해서 독서를 하게끔 해준 소설이다. 마치 예전에 읽었던 가시고기 라는 책이 생각났는데.
17 살에 부모가 되어버린 어린 동갑내기부부, 그들 사이에서 얻은 아이가 3살이 되던 무렵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정상보다 노화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병. 현재 17살 주인공의 신체나이는 80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이뤘지만, 부부는 여느 10대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내보다는 여자친구가 더 익숙한. 아이보다는 전자오락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처가살이를 하면서 외가의 도움으로 읍내에 가게를 열었지만, 장인이 쓰러지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운다.
급기하 주인공의 병세가 점점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못시키는 지경에 이르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PD 로 일하는 아내의 친구남편에게 출연요청을 한다.
불우이웃의 실상과 사연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아 전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후, 예상보다 큰 액수의 후원을 받게되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같은 나이의 암을 앓고 있는 소녀라고 하는 시청자로부터 메일을 한통 받는다. 메일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주인공이 18 살 생일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었던, 글(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소녀가 30대의 남성으로 밝혀지면서, 주인공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병은 악화되어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삶의 마지막에서 부모님께 자신이 쓴 글을 드리면서 소설은 끝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과 등장 인물간의 대화 장면이다. 특히 아버지 그리고 장씨 할아버지와의 대화내용이다.
'다른 사람에게 슬픔이 되라.'
감초역할을 하는 장씨 할아버지는 주인공과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주고받는 사람이다. 나이는 17살이지만 신체나이는 80세인 주인공과 나이와 신체나이가 70세인 장씨 할아버지와의 대화.
분명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경험한 것이 다르지만 두사람의 대화는 대단히 닮아있다.
나이듬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이에 관련해서는 주위에 많은 말들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값을 못한다'
청소년때 지금의 나의 나이(32살)은 어떤 느낌일까?
인생에 대해 뭔가 대단한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돈은 어느 정도 있고…
떡국을 안 먹는다고 나이를 안 먹는게 아니고, 365일을 논다고 해서 나이를 안 먹는게 아니다. 나이는 생물학적 연령을 가리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지금의 내 나이(32살)를 보면 나는 청소년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마음적으로, 생각적으로). 외모는 예외다.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고, 뭐든지 도전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해당 나이에서 해야될 것으로 요구되는 것들 때문에 주눅들거나 편견에 빠져 지낸다면 나중에 100 살이 되더라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 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