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고, 이후 정원사로서 오래 일하면서 그리고 두더지 잡기를 하면서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지금은 어느덧 은퇴를 앞둔 노년에 접어든 저자의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두더지를 잡는 직업이 있는 것 조차 생소했다. 저자가 사는 영국에서 꽤 오래전부터 있던 직업이라고 한다. 아버지에 의해 집에서 쫒겨난 후, 홀로 길을 걸으며 수풀이나 강둑에서 잠을 자야 했다. 이 시기를 통해 자연친화적인 심성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다.
큰 도시에서 여러가지 직업을 얻었지만, 삶이 순탄치는 않았다. 20년 간의 정원사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두더지잡이를 병행했다. 채식주의자이며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저자가 두더지를 죽어야하는 일을 하는 동안 별로 즐겁지는 않았던 걸로 보인다(후반부에 두더지잡이를 은퇴하면서 쓴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과 두더지가 비슷하다는 점을 여러 곳에서 표현한다. 두더지는 무리지어 살지않고 혼자산다. 땅속에 자신만이 다니는 굴을 만들며, 다른 두더지가 접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짝짓기를 할 시기에만 예외다.

기억에 남는 구절

내가 일하는 정원 중 한 곳에는 꽃으로 가득한 드넓은 초지가 있다. 나는 매년 이곳의 풀을 낫으로 벤다. 낫을 사용하면 조용하고 또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야생의 생물들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예초기와 스트리머는 야생을 황폐화한다. 그것들은 자신이 가는 곳에 있는 모든 것을 학살한다. 개구리와 두꺼비, 고슴도치는 난도질당한다. 그들의 몸은 곤죽이 되어버린다. 이런 불필요한 학살에 몹시 마음이 상한 나는 초지를 벨 대안적 방법을 찾아봤고 그리하여 또 다른 기계에 수천 파운드를 투자하거나, 아니면 낫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낫을 택했다.

북잉글랜드와 스코들랜드에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혹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머무르나요?” 라고 묻는다. 마치 어딘가에 산다는 것이 여행 도중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듯이, 마치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는 듯이. 이곳 웨일스는 내가 머물기로 결심한 곳이다. 이곳은 내가 피곤할 때 기어 들어가는 침대의 푹 파인 곳이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찾으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모두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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