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비교적 젊었을 무렵, 만 3년 동안 일본을 떠나 유럽을 여행한 기록을 엮은 책이다. 유럽 중에서도 남부 유럽 나라들(그리스, 이탈리아)이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때 여행을 준비한답시고, 여행서적을 탐독하던 때가 있었다. 여행작가들이 쓴 책들을 보면, 저자의 느낌과 생각보다도 멋진 사진이나 관광정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기 쉽다.
이책은 소설가가 쓴 책 답게, 사진은 단 한장도 없을 뿐 아니라, 기존의 여행서적의 식상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독자가 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이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완독한 나로서는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
소설가로서의 여행하는 법은 어떨까? 책에서 그 만의 여행법이 소개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소설가라는 직업은 여행하는데 아주 유리하고도 적합하며, 저자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매우 만족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1986년에서 1989년이라서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조금은 놀라운 점들을 알게되었다.
- 남부 유럽이 겨울에도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척 춥다는 것.
- 로마의 주차난은 심각하다는 것.
- 이탈리아 사람들의 대책없는 낙천성과 특히 로마에서는 항상 소지품을 잘 챙기고 다닐 것
- 이탈리아 자동차는 절대 구입하지 말 것
- 오스트리아는 비가 자주 온다는 점
하루키는 만 3년동안의 여행기간동안 여러 작품들을 집필했다. 그 중에는 '상실의 시대' 도 있다.
500 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내내 저자 특유의 유머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