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회사 동기 형의 결혼식으로 밤기차로 부산에 내려갔었다. 아침 시간 동안 마땅히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없어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TV 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속보로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는 자살인지 아닌지에 대해 보도가 쏟아져나왔다. 그로 부터 2년이 흘렀고, 노 대통령의 가장 측근에서 보좌했던 저자가 쓴 책이 나왔다.
그가 어렸을 적부터 사법고시를 합격하여 처음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와 처음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이후 연이은 낙선에 따른 안타까움, 그리고 대통령 당선이후 청와대에서의 겪은 일들을 소상히 적어놓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저자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노 대통령)를 잘알지 못한다. 그저 언론매체에서 떠들어대는 것들이 전부이고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뿐.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고 싶었을 것이다(이런 연유로 책을 구입했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간 후, 매일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러 봉하마을로 찾아들었다.
결국 하루에도 몇 차례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자신이 만든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견도 개진했다.
그때 무렵 나는 거의 매일 그의 홈페이지에 들러 글이나 사진을 보면서, 꼭 한번 봉하에 내려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통령과는 달랐다. 퇴임 후,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는 대통령이라니.
그가 10년 후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힘들게 이룩한 성과를 단기간 내에 이루어냈다. 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듯,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감내해야할 고통과 인내를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들이 그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너무 앞서간 대통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책을 통해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또한 같은 나라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