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절실히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뭔가 관심은 없지만 어디선가 보고 들어봤던 그래서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무심코 집어들게 되었다. 소설의 특징이라면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반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번 읽으면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숨겨져 있다.

독일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느라 약간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이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10년 전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 2명을 죽인 죄로 10년의 옥고를 치루고 석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당시 그의 말을 믿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말해준 목격자들은 많았다.

석방되어 집에 돌아오자 그를 맞이한 것은 망한 아버지의 가게와 땅과 집을 저당 잡힌 채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였다. 10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맞이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경멸하고 어서 떠나라고 협박했다.

주인공은 미래가 촉망받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뭐든 못하는 것이 없었고, 잘생긴 외모 덕에 주위에는 항상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따랐다. 이런 그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특히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죽은 2명의 여자 아이들은 어떤 관계였을까? 처음 그는 로라라는 여자 아이와 사귀었다. 그러다가 스테파니라는 여자 아이가 이사를 오면서 로라와 헤어지고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테파니가 학교 연극 선생님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주인공은 차이게 된다.

마을 축제에서 백설공주라는 연극을 하게되었는데, 스테파니가 주인공 역을 맞게 되면서 백설공주라는 별명이 생겼다.

주인공이 돌아온 마을에서 외지에서 이사온 한 소녀가 있었는데, 모습이 예전의 스테파니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었다. 그 소녀는 마을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주인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가 저질렀던 사건에 대해 일일이 찾아보았다.
당시 풀리지 않았던 사건들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소녀는 실종되게 된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는 시작되고, 마침내 10년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잘못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사람의 욕심에 시작된 사건이 권력과 돈으로 마을 사람들을 매수하면서, 모두가 쉬쉬하며 모르는 척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그의 집안은 기울게 되었다.

10 년전에 묻혔던 사건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모두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당장 자신에게 물질적으로 피해가 갈까봐 모르는 척하는 요즘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예전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직접 구타하고 고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밥줄을 끊어서 물질적으로 궁핍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강자들이 정해놓은 룰에 따라 마지못해 움직이고, 제때에 움직이지 못한 사람은 짓밟히고 떨어져나간다.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평범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사회구조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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