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천 그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정규시즌 동안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한 선수다. 4할 타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이후 한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더구나 일본 야구에서는 지금껏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백인천 프로젝트는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던 첫 해에 백인천 선수가 기록한 이후, 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의문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정재승 교수였다.

그는 트위터 상에 이에 대한 의문을 던졌고, 전국의 내노라하는 야구 전문가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재승 교수는 의문을 풀기위해 사람들을 모았고, 교수, IT, 변호사, 학생, 자영업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 60 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위한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졌다. 30여년간의 야구 데이터를 모으고, 여기에 담긴 수치를 정리하여 결론을 도출해내는 일, 논문을 작성하여 번역하는 일, 결과물을 웹에 올리는 일, 언론에 홍보하는 일을 담당하는 팀들이다.

정재승 교수는 리더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하지 않았고, 60여명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했다. 책의 서두에 보면, 프로젝트 초기의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아마도 어떤 조직(두사람이상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하는 집단)에나 생길 법한 문제들이다. 게다가 회사에서의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진행하다보니, 문제 발생시 이를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도, 백인천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사실 4할 타자의 의문을 제기한 것은 백인천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외국에서 연구된 바 있는 주제였다. 특히 책에서도 여러차례 언급되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 를 보면, 4할 타자가 앞으로 나오기 힘든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근대에 이를 수록 야구 선수들의 실력 편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따라서 4할 타자 뿐만 아니라 1할 타자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는 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결론은 메이져리그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수치상으로 볼 때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백인천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이미 나와있던 이론을 단지 재확인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학자들이 아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SNS 를 매개로 모여 한가지 목표를 위해 작업했다는(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자체가 더 대단해보였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해 기존 데이터들의 오류를 찾아냈고, 이후 전문적인 야구 학회를 만드는 단초가 되었다.

책의 중반 이후부터는 야구 전문가, 야구 현역 코치와 선수들을 만나 4할 타자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이들의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 했는데,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앞으로 갈수록 4할 타자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백인천 선수의 경우, 당시 정규시즌이 80 경기에 불과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타격왕이었던 그가 처음 프로야구가 생겼던 우리나라에 왔을 때는 실력차는 너무나 컸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2. 지금은 한 시즌이 133 경기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힘들 뿐더러, 투수들의 분업화, 수비 쉬프트 같이 야구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3. 야구에서 중요시되는 부분이 트랜드와 같아서 요즘 같은 경우, 타율보다는 홈런등의 장타에 좀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 탓에 더더욱 4할 타자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나 백인천 프로젝트 그리고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4할 타자가 나오기 힘들기는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구처럼 데이터를 중시하는 스포츠가 있을까? 초창기에는 타자는 타율, 투수는 승수, 방어율 같은 데이터를 중요시 했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이 그 선수의 야구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표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여러가지 데이터들이 등장했다.

  1. OPS -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값
  2. WHIP - 이닝당 출루 허용률
  3. K/9 - 9이닝 당 삼진수

앞으로 어떤 데이터들이 새롭게 나오더라도 한 선수의 야구 실력을 100% 나타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건 야구 뿐만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데이터를 맹신할 필요도 없고, 완전히 배척할 필요도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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