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 가장 연장자를 꼽자면, 망설임없이 박완서 선생님을 꼽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억하기로 저자의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이 엄마의 말뚝 이라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아마도 학창시절에 독후감 과제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독서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할 무렵, 서점에 가면 교과서에서 배운(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작가의 작품들을 골라보곤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많은 책들 중 한사람의 독자였지, 애독자는 아니었다.

수필은 소설과는 달라서, 작가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어렸을 적 배웠던 것을 반추해보면, 수필이란 특별한 형식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형식이 없다고 해서, 쓰기 쉽다고 해서 누구나 좋은 수필을 쓸 수는 없다. 요즘들어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책은 저자를 닮는다는 거다. 똑같은 주제와 형식을 따르더라도 누가 썼는지에 따라 책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음악신동, 축구신동, 공부신동은 들어봤어도 문학 신동은 들어보지 못했다. 왜그럴까? 바로 글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품에 미치는 정도를 꼽아보자면 문학 중에서도 수필이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고, 해방되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도 불리울 수 있는 스무살이 되던해 6.25 전쟁을 겪었다. 부모와 친척, 친구들을 잃었다. 동족상잔의 아픔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저자 스스로, 글 쓰는 삶을 살게된 이유로 첫번째로 어렸을 적부터 옛날 이야기를 즐겨 해주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두번째로는 자신이 목격했던 비극과 아픔들에 대해 훗날 폭로하고 싶었던 것이라 충동때문이라고 했다.

80세가 넘은 노작가의 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했다. 그의 글을 보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이가 많다고 체면을 차리거나, 위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당에 풀 한포기,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는 젊은 작가였다.

PS.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어머니이며, 할머니였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손자에게 보내는 글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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