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들마다 각기 다를 거라 생각한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내 대답은 이렇다.
전세계 어딜가나 똑같은 인종, 언어, 문화, 환경으로 채워져 있다면, 우리는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비슷한 내일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상에 차츰 지겨워질 때면, 비로소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여행을 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배낭을 매고, 티켓을 끊어 온몸으로 부딪혀 보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세계를 여행하는데 있어 오로지 이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책, 영화, 다큐멘터리로도 우리는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술을 통해 전세계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애주가인 독자라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입맛을 다셨을 테지만, 나 같이 소주 한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솔직히 저자의 글에 100% 감정이입은 어려웠다.
각 나라마다 대표하는 고유의 술이 있는데, 이것이 만들어진 비화를 들으면 그 나라의 역사, 기후, 사람들을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 그 지역을 여행했던 때가 생각하는 것처럼, 술 역시 마찬가지다.
나 같이 술에 약한 여행자들은 술대신 그 나라 고유의 음식으로 대신 해야 할 것이다. 오늘 문득 인도의 노상 음식점에서 먹었던 마살라 도사와 셋 도사가 먹고 싶어 진다.
기억에 남는 구절
아무 맛도 없기 때문에 매 순간, 마시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거죠. 자기 감정이 이입되는 술이라고나 할까요. - 러시아 보드카
커피와 술은 모두 우리에게 잠깐 동안의 '위안' 을 선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커피가 선사하는 위안과 술이 선사하는 그것은 정확히 반대 방향에 위치한다. 커피는 대표적인 흥분제다. 우리 몸에 활력을 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그에 비해 술은 안정제라고 할 수 있다.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고 느긋한 기분이 들게한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흥분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느긋해진 기분 탓에 그동안 억제되어 있던 언행이 가능해짐을 두고 오해하는 측면에서다. - 베네수엘라 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