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은 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저자에 대해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L전자를 다니다가 이직을 해서 현재는 모 SI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참 신기했다. L전자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책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어떤 부서 였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가 사업부가 아닌 생산성 연구소에서 일했다는 프로필을 보고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몇 달전 부터, 구글 리더를 통해 유명한 블로거들의 글들을 RSS 로 받아보고 있다. 어느날 글 중에서 나의 처지와 완전 공감이 가는 글이 눈에 띄었다. 개발 일을 하다가 중간에 일을 그만뒀을 기간동안의 일을 책으로 엮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글의 저자를 알지못했다.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우연히 하게도 책의 저자가 L전자 출신인 그였다. 고민 없이 책을 주문했고, 그날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바빠서 책을 자주 보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나와 같은 고민을 저자도 했고, 그가 얘기하는 내용들이 나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고, 결혼을 했고, 출산을 앞둔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이 었다.
책의 내용은 그가 첫 회사생활을 했던 일 부터 시작한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저자가 L전자에서 이직을 결심한 이유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프로그램 개발에 열정적이었고, 하고 싶어했다. 입사하고 초반 몇 년동안에는 특근/야근을 가릴 것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그러다가 개발자보다는 PM 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가 좋아하는 개발일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맡기싫은 프로젝트의 PM 을 맡게 된다.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기 시작했고, 그를 않좋게 본 팀장과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와 절친했던 동료들도 이직을 했다.
그는 먼저 전배를 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퇴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금의 SI 회사로 이직을 했다.
이직을 했지만, 그가 원하던 개발일은 하지 못했다. 그는 회사에 퇴직 통보를 했고, 회사에서는 퇴직보다는 3개월 휴직을 권했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그는 산책을 즐기고, 시립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글을 쓰는 등의 생활을 시작한다. 퇴직을 각오해야만 저자와 같은 삶이 가능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저자는 3개월 남짓한 휴직 기간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열정을 다시 채울 수 있었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하루하루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즐거워 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사회 생황를 거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일의 흥미는 예전만 못하다. 내가 D-day 를 세는 것도 어쩌면 마지막 남은 공돌이로서의 흥미(열정!)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다.
책 중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열정이라는 것은 배터리와 같아서, 자꾸 쓰게 되면 나중에는 방전이 되고 만다. 따라서 방전되기 전에, 아니면 방전이 되었다면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살아온 31년을 돌이켜보면,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과거의 나의 노력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한다. 앞만 보고 달려오는 바람에 미쳐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뒤는 아니더라도 주변 경치를 바라보기도 버겁다. 속도를 늦추면, 주변의 경치가 들어올텐데.
저자가 얘기한 파랑새의 얘기처럼, 경험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보통사람은 몸으로 부딪혀 체득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앞만 향해 달려가는 무리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정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정해놓지 않고 무조건 앞만 보고 뛰는 것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결승점을 향해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인생 경험담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의 생각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