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대선 이후, 제목만으로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책이다.
이 책은 캔자스 라고 하는 미국의 중부에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캔자스는 얼핏 생각하면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사실, 미국의 근대사 그리고 이 지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좀더 책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기본지식이 없어서 이해하는데, 수월하지는 않았다.
캔자스는 처음에 파란색 깃발(민주당)이 나부끼는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빨간색 깃발(공화당)로 변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빨간색 성향이 강한 곳이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유를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자나 기업들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정은 경제 라고 하는 복지와 성장의 측면에서만 봤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가치(종교) 라고하는 개념이 들어간다. 동성 결혼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라크 전쟁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총기류 소지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에 대한 이슈가 대두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기독교에서는 교리에 따라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국가를 지키기위해 발생하는 전쟁에 대해 찬성한다. 총기류도 마찬가지다.
경재 논쟁이 아닌 이념(가치) 논쟁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기에 대부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보수 언론들이 더해지면, 상황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뀐다. 이 내용에 대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인을 분열시키는 것은 경제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추악한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믿음과 관련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여전히 라떼를 쭉쭉 빨고, 화려한 유럽 자동차들을 몰고, 세상을 바꾼답시고 끊임없이 거들먹거리는 사이에 빨간색 주에 사는 겸손한 사람들은 소탈한 음식을 먹고, 오자크 고원지대(미주리 주 남부에서 아칸소 주 북서부에 걸치 고원지대로 용천과 계곡을 따라 오락시설이 많은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고, 일하면서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고 현재의 삶을 편안하게 느끼고 조지 부시가 자기들과 같은 사람이며 그의 보호 아래에서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아무리 어려운 경제 얘기를 말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에 반하는 것은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념 논쟁은 호불호가 좀더 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감정이 심한 것 처럼,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해변 연안에 있는 대도시 지역과, 내륙에 있는 대도시 지역으로 나뉜다. 연안에 있는 지역은 유럽 문화를 많이 받아서 동성 결혼을 찬성하고,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
하지만, 내륙에 있는 대도시 지역은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이라크 전쟁을 찬성한다.
캔사스가 빨간색 주가 된 또다른 이유는 민주당의 패착도 한 몫한다. 공화당보다 조금만 더 경제이슈에 대해 낫기만하면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졌고, 부자와 기업의 편이 아닌 유권자들은 자기들 말고는 갈데가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공화당이 사람들에게 가치(종교)와 언론을 이용하여 세를 불리고 있을 때, 민주당은 더 진보적인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골몰했다.
최근에 치뤄진 선거들을 보면, 책에서 말한 내용과 너무나 흡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면, 다음날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듯이 닮은 점이 많았다.
민주주의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할 선거가 돈 + 가치(종교) + 언론 의 복합 세력에 의해 조작되는 단계에 와 있다는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토마스 프랭크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치를 강조하는 '돈 + 가치(종교) + 언론' 복합체가 선거 때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가면을 벗고 기업인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선거철마다 유권자들은 속고 또 속는다. 그들은 진정 바보인가? 어느 누구도 밥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지는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브로캐스팅하는 언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를 기준으로 저마다 분별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라면, 손수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