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가 우연히 읽게된 책에서 예상치 못한 감흥을 받았을 때이다. 갯벌에서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요즘들어 책을 읽는 빈도가 많이 줄어든 탓에 어렵고 복잡한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빌리려고 했다. 나에게는 자전거 여행에 관련한 책들이 그랬다.
저자가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쓴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여행 서적과는 사뭇 많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기행문이라면 사진이 많이 첨부되는데 반해 이책은 사진이 별로 없다. 또한 여행했던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독백 등)을 표현하는 데, 더 비중을 두었다.
나중에 가서는 이 책이 기행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저자의 느낌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여행한 시간 순서에 따라서 지역별로 서술하지 않고, 50 가지의 주제 별로 서술하고 있다.
부제가 자전거 세계일주 나를 향한 50 가지 질문 이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갑자기 저자는 회사로 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여자친구로 부터 이별을 통보받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오게되었는지, 그리고 자기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여행 도중, 힌두교의 지도자인 산티를 만나 여행 중에 겪은 고민과 의문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물었던 부분이다. 어찌보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과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에필로그 부분의 부처(?)와의 대화에서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대리질문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여행도중에 느끼고 생각했던 대로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자기 영혼의 의지에 따른 결정이었다.
세상은 사람들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빠르게 돌아간다. 세상을 살다보다가 문득 시간을 보면, 어느새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따금씩 나는 이러이러하게 살아야지 하고 생각에만 그친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계획하는 것인데, 대충 대충 할 수는 없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그것을 찾았고, 나 또한 앞으로의 여행에서 그것을 찾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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